김진규 총장이 결국 학교를 떠났다. 2010년 9월 1일 취임이후 1년 9개월만의 일이다. 정년을 7년 남겨둔 서울대 의대 교수로서 재직하던 학교에 사표를 내고 본교 총장으로 부임한 그의 중도 퇴진은 그 자신으로서는 큰 불명예와 상실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의 퇴진을 둘러싼 우리 학교내부의 극심한 혼란과 갈등과 분열을 감안하면 우리 모두도 상처를 입었다.

학교법인이 그를 총장으로 초빙한 이유는 당초부터 분명했다. 학내에 만연하고 있던 안주 분위기를 일신하고 과감한 개혁작업을 추진해 학교를 미래에도 살아남을 명문사학으로 만들어 달라는 미션이 그에게 주어졌던 것이다. 아울러 본인이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한만큼 우리대학 병원의 시스템을 재정비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달라는 것이었다.

김총장은 나름대로는 법인이 제시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 노력한 듯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그는 자신의 개혁작업을 채 완수하기도 전에 학교를 떠나야만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는 무엇을 잘못했고 우리는 왜 그를 거부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리고 그가 추진하던 개혁작업은 어떻게 되며 우리학교의 방향설정은 어떻게 되어야할까.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는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해보지 않으면 안된다. 그냥 넘어가고 말면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도 교훈조차 얻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그의 퇴진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중 하나는 개혁추진 세력은 스스로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어야 하며 언행에 있어 남에게 꼬투리를 잡힐 여지가 있는 인물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일 것이다. 개혁과 혁신이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땀이며 고통이며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자는 말에 다름이 아니다. 구성원들에게 그러한 고통과 인내를 요구하고 동의를 이끌어내려면 스스로 흠결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을 요구하는 사람의 과거 행적과 현재의 언행에 문제가 있다면 구성원들로서는 개혁을 거부하기에 좋은 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개혁은 매우 치밀하고 점진적으로 진행하여 구성원들이 느낄 수밖에 없는 피로와 부담감을 가급적 최소화하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개혁 작업은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따라서 구성원들의 정서적, 이성적 동의를 얻어내야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개혁작업을 오랜시간을 두고 천천히 진행할 수가 없는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추진세력이 자만과 독선을 갖고 있다면 방향의 정당성과 상관없이 거부감을 부르기 쉽다는 사실이다.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총장이 떠났으니 그가 추진하던 개혁작업은 모두 취소하고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야 할까. 우리가 경쟁대상으로 삼는 경희대가 우리보다 교수업적평가 기준이 두 배나 높아 우리가 그들 수준으로 기준을 높였더니 그들은 더 높여 현재 우리의 기준은 그들의 7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서울대나 연고대, 서강대와는 비교를 시도하기조차 어렵다. 우리대학 교수들의 연봉은 서울시내 타 사립대에 비해 결코 적은 수준은 아니다. 김총장 이전의 상태로 가면 우리대학은 편안한 삶을 원하는 교수들에게는 지상천국과 같은 대학이 될 것이다. 학사구조조정 역시 마찬가지다. 이 일은 현재를 위한 일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일이다. 학령인구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데다 사회와 산업의 형태는 해마다 달라져가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의 학과들도 거기에 맞도록 조정을 하는 것이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합당한 일이다.

대학의 주인은 누구인가. 법적으로 보면 학교법인이다. 하지만 대학의 궁극적인 주인은 학생이다. 그것도 현재의 학생들만이 아니라 미래의 학생들도 우리대학의 주인들이다. 반면 교수들은 20, 30년간 학교에 고용된 고용인들일 뿐이다. 그들에게는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수하고 연구를 통해 학교의 이름을 빛내며 미래의 학생들을 위해 학교의 수준을 높여야 할 의무가 있다. 김총장의 퇴진을 계기로 개혁과 학사구조조정을 원점으로 되돌리고자 한다면 학생과 학부모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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