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작품은 10장으로 스토리를 꾸몄다. 그런데 포토스토리의 작법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다보니 글을 수식하기 위한 사진을 끌어모으는 수준에 머무르고 말았다. 사진 1 인생부터 사진 10 꿈에 이르기 까지 차례대로 사진을 배치한다고 할 땐 1과 2, 2와 3 사이에 연결성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다른 시각언어들이 이어졌다. 건대문화상 사진 부문에 응모한다는 것은 당연히 사진에 더 주안점을 두고 전개해나가야 한다. 한 장씩만 놓고 본다면 3, 6, 9, 10 정도는 잘 찍은 사진이라 할 수 있겠으나 사진끼리의 연결엔 실패했다. 앞으로도 사진에 관심이 있다면 우선 포토스토리 혹은 테마 사진에 대해 공부를 먼저 할 일이다. 2번 참가자도 같은 우를 범하고 있다. 사진1과 사진2는 어떻게든 연결하기가 곤란하다. 물론 여행기를 사진으로 옮기는 작법은 있다. 그렇다면 시간 순, 혹은 느낌의 순으로 사진을 찍고 배치해야하는데 뚝 뚝 끊어졌다. 글로 생각하지 말고 눈으로 생각해야 한다. 3번 참가자도 대동소이하다. 반복하지 않겠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4번 참가자에 이르러 최초로 시각적 연결성을 발견할 수 있어서 주목했다. 그런데 (시각적으로) 진지하게 전개되던 흐름이 4번에 이르러 김이 푹 빠져버렸다. 2번 사진은 하나만 놓고 보면 참 좋았다. 만약 4장을 내지 않았다면 경쟁력이 있을 뻔 했다. 그런데 어쨌든 4장이 모여서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는 의도였으므로 따로 떼서 심사할 순 없었다. 4번 사진은 1, 2, 3과 비교하면 너무 고민의 흔적이 없었다. 5번 참가자는 사진을 더 많이 냈어야 한다. 이 또한 여행기의 형식을 빌렸고 사람 주인공도 등장했으므로 길을 가다가 만난 에피소드를 이어나간다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다. 코믹한 접근이었으니 그런 스타일의 사진을 더 찍었어야 한다. 6번 참가자는 한 장을 냈다.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여러 장 짜리를 누를 만큼은 아니었다. 7번 참가자의 사진은 너무 평범했다. 무릇 사진 공모전 같은 곳에서 심사할 때를 예를 들자면 내 사진은 다른 사진과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드러내야하는데 중심부사진이나 일감호 풍경 모두 흔한 장면에 지나지 않는다.

당선작은 8번 작품.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서 조금 나을 뿐이다. 그렇지만 차이점이 분명히 있다. 딱 한가지다. 시각적으로 연결성을 가졌다. 연결성을 가졌다는 말을 사진이 비슷하게 보여야 한다는 식으로 오해하진 않길 바란다. 연결성이란 것은 공통점, 연속성, 이어지는 스타일을 뜻한다. ‘웅장’이란 화두를 꺼내고 여러 가지 다른 곳에서 웅장을 찾아내서 보여주고 있으므로 연결성을 획득한 것이다. 웅장 1은 다리 상판과 케이블(상판과 교각을 이어주고 있는)이 주요 요소다. 둘이 대비되면서 웅장함을 보여준다. 웅장 2에선 하늘과 다리가 등장했고 3에선 하늘, 바다, 그리고 뭍이 대비된다. 산 아래로 도로가 보인다는 점이 앞의 사진을 이어주는 힌트가 되기도 했다. 4번 사진은 아쉬웠다. 3번과 별 다른 점이 없어 동어반복이다. 바다에 뭔가 떠있거나 왼쪽의 나무가 더 크게 나왔다면 좋았을 것이다. 웅장 5에선 하늘과 거리 풍경이 대비를 이루면서 또 다른 웅장함을 보여준다. 비록 한 장씩의 완성도에선 부족함이 많지만 여러 장짜리 사진의 기본을 알고 있다는 점을 높이 사서 당선작으로 뽑았다. 앞으로 배워야할 점이 아주 많다는 것을 꼭 알아주면 좋겠다. 당선작은 한 명이지만 나머지 참가자들에게도 무한한 격려를 보낸다. 부족함이 많다는 것은 채울 것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니 앞으로의 변화를 잔뜩 기대해도 좋다는 것이다. 건투를 빈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