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사태를 기억하는가? 국민이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라는 자신들의 의견을 정부에게 확실하게 피력하기 위해 학생들과 시민들이 모여 열었던 촛불 집회였다. 이처럼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의사 표현 수단으로 ‘촛불 집회’와 같은 대중들의 모임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 모임들의 목적이 다양화되고 있으며 그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모임은 왜 발생하는 것이며, 대중은 이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대중이 촛불집회와 같은 모임들을 갖는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정부의 정책에 자신의 의사를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국민은 자신들의 의사를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서가 아니라 이러한 시위방식을 통해서 자신들의 의사를 표출하는 것일까?

여기서 대의제의 한계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시위는 국민이 정부에게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데, 공식적인 절차에서는 이러한 반응을 이끌어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자신의 의사를 공식적인 방법을 통해 밝히기 위해서는 일정한 형식과 복잡한 절차를 걸쳐야 되며, 그 방법도 제한적이다. 또한 그러한 의사가 논의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여기서 의문점이 발생한다. 국민의 의사를 효율적으로 반영하기 위해서 선택한 제도인 대의제에서 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가? 이는 대표자와 국민들의 의사가 부합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본래 대의 민주주의는 국민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 즉 주권을 대표자에게 일정 부분을 위임함으로써 대표자가 그를 통해 정치를 하는 제도이다. 그 힘이 국민들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원래 나라를 통치하는 힘은 본래 국민 개개인에게 내재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가면서 국민들과 대표자들 사이의 힘의 방향이 왜곡되었다. 대표자에게 주어지는 힘이 국민들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 본연의 힘으로 착각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대표자는 국민들보다 자신들을 우선시하게 되고, 그것이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그 결과로 위와 같은 시위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국민과 대표자 어느 한쪽에만 있는 것이 아닌 양자 모두에게서 기인하는 것이다.

대의 민주주의 특성상 국민들이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부분이 제한적이다. 국민들은 대의 민주주의의 편리함에 안주하여 주권 의식을 잃었다. 루소의 말처럼 투표를 하는 순간 국민 주권을 잃는 것이 아니라 투표를 함으로써 국민 주권을 실현해야 한다. 하지만 대중들은 직접 입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아닌 투표 선에서만 그치기 때문에 정치는 자신과는 먼 존재로만 여긴다. 대표자들에게 주권 자체를 위임하는 '위임 통치'로 오인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표자들의 잘못된 선택에도 정치적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개선해 나갈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대표자들은 그들이 지니게 된 힘을 자신 본연의 힘으로 착각한다. 국민을 위해 써야 할 힘을 자기 자신을 위해 쓸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 연금법’이 그러한 상황에서 나오게 된 것이다. 또한 그들은 국민을 위한 통치를 펼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 자체를 통치하게 되었다. 더 이상 국민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치인이 아니게 된 것이다. 이에 대표자의 대표성도 잃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지녀야 할 책임감이나 사명감도 저하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가 현재 택하고 있는 대의제는 최고의 대안일까? 어쩌면 대의 민주주의의 편리함과 효율성에 안주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대의제에 대한 많은 문제점과 한계들을 겪고 저항하며 그것을 극복하고자 노력한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대의제에 중간 선거제나 주민소환제와 같이 직접 민주주의적인 요소를 첨가하여 그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참여 민주주의적 제도들이 제기되곤 한다. 또한, 심의민주주의는 정책 결정 전 이해 당사자들 혹은 국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국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정치에 반영하는 제도로 대의제의 대안으로 회자된다. 국민들의 의사가 정책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대의제를 국민들의 활발한 참여와 국민과 대표자들의 충분한 소통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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