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복룡 전임 <건대신문> 주간교수

 기원전 67년 무렵, 줄리어스 시저는 서른세 살의 나이로 스페인 총독으로 부임했다. 엄청난 독서광이었던 그는 어느 날 알렉산더대왕의 전기를 읽다가 대성통곡했다. 곁에 있던 막료들이 놀라 그 연유를 물으니 시저가 이렇게 대답했다. “알렉산더대왕은 나와 같은 서른세 살의 나이에 천하를 통일했는데, 나는 이제 겨우 이 야만의 땅에서 총독이나 하고 있으니 그 신세가 너무 처량하여 울고 있다네.” 나이 30대에 한 나라의 총독이 되었으면 그리 무능한 것도 아니련만 시저는 그것이 마음에 차지 않았고, 그래서 스스로를 채찍질하고자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었고 그 트라우마가 평생을 따라다닌 우리에게 꿈이 있었다면 아마 사치였을 것이다. 살아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고, 삶은 고단했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그때가 기회였다. 역사는 어차피 어느 때이든 격동기였다. 그때 더 큰 야망을 가졌어야 했다. 젊은이는 야망을 먹고 산다. 여건이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그때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했어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본 만큼 안다. 그러므로 젊은 날에 적어도 보헤미안이 아닐 정도로 돌아다니고, 방황이 아닐 정도로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리하여 늙고 지치기 전에 더 많은 세상을 경험해야 한다.

 얼마 전에 일본 교토(京都)의 학회에 참석했다가 신라신사(新羅神祀)를 볼 기회가 있었다. 거기에는 많은 발원문(發願文)들이 걸려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한 문장 앞에서 나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아침에 눈뜨면 희망에 부풀고, 낮이면 땀 흘려 일하고, 저녁이면 감사하며 잠자리에 들 수 있기를…….” 그대는 그와 같은 삶을 위해 지금 얼마나 치열히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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