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오랫동안 써와서, 이젠 민망할 만큼 식상한 것들을 다들 몇 가지씩은 갖고 있을 것이다. 맨날 입는 청바지라던가, 맨날 써먹는 술자리 농담이라던가, 개콘의 얼굴개그라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아니면, ‘대학이 취업공장이냐?’라는 문장은 어떨까.

 어떤 비판의 문구가 식상해졌다는 것은 그만큼 해묵은 문제가 있다는 징표다. 대학의 역할에 대한 비판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곰곰이 따져보면, 행정부의 교육철학이 얼마나 견고한지, 근성은 또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수 있다. 그러다 자신이 얼마나 게으른 인간이었는지 따져보기 시작하게 됐다면, 축하한다. 당신도 이제 '어른'이 됐다.

 이번 대학구조개혁평가는 쉽게 말해 ‘부실대학 걸러내기’작업이었다. 높은 등급을 받아봐야 별 이득은 없다. 그저 낮은 등급을 받으면 구차하게 돈으로 모욕당할 뿐이다. ‘경쟁력 없는’ 대학이니, 정원을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사라져버려도 상관없다는 판단이다. 국가기관인 교육부에서 기획하고 진행한 사업이다.

물론 무자비한 제재만으로 밀어붙이진 않았다. 교육부는 ‘교육의 질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정리하자면 학문적 다양성을 해치고 기업의 수요에 기민한 반응을 보일 것. ‘창조경제의 토대로서 인문학을 진흥’하는 방법도 제시했지만, 여기에 또 다른 정체불명의 수수께끼를 더 얹을 필요는 없으니 넘어가자.

 이런저런 단서를 살펴봤을 때, 아무래도 교육부는 고등교육의 종착점인 인력사무소나 치킨 프랜차이즈를 대학의 거대한 경쟁자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비록 ‘그럼 교육이 의미하는 바가 가르침인가 닭튀김인가’하는 또 다른 의문이 남지만, 필자가 찾아낸 가장 설득력 있는 결론이다.

 자고로 장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첫째가 자리요, 둘째도 자리요, 셋째도 자리라고 했다. 교육부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 아닌가 싶다. 이참에 세종특별시 정부청사에서 떠나 다시 서울로 올라와 새 사옥을 짓는 게 어떨까. 인구의 중심은 여전히 서울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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