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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디대 환기시설 열악 학우들 건강 고려한 시설 개선 시급
심재호 기자 | 승인 2015.10.06 20:09
   
 
 
지난 9월 22일 열렸던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서 정경우(공예2) 예술디자인대학(예디대) 학생회장은 예디대 건물의 환기시설 개선을 요구안으로 발표했다. 공간 규모와 작업량에 비해 환기시설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이다. <건대신문>은 그 중에서도 화학약품 등의 사용이 빈번하며 가장 환기 상태가 심각하다는 산업디자인학과, 텍스타일디자인학과, 현대미술학과를 중심으로 실태를 확인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상보다 훨씬 열악한 상태였다.
 
산업디자인
 
산업디자인학과가 자리 잡고 있는 예디대 7층 복도에서는 작품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학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작업공간이 부족해서 밖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 보통 작업공간으로 사용하는 학과실의 환기시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도망쳐 나온 것이다. 화장실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보다 조금 더 큰 정도의 환풍기 하나와 겨우 한 뼘 남짓 열리는 작은 창문 두어 개가 학과실 환기시설의 전부다. 몇 명만 동시에 작업해도 순식간에 공기가 나빠진다. 그렇다면 이들의 작업 과정은 어떨까? 가장 환기문제가 심각하다는 도색작업 과정을 살펴보자. 우선 ‘퍼티’라는 조형용 반죽을 필요한 부분에 바른 뒤, 마를 때까지 다린다. 퍼티가 단단하게 굳으면 사포로 표면을 다듬고 ‘프라이머’를 뿌린다. 프라이머는 페인트 따위를 바르기 전, 매끄러운 표면처리 및 페인트의 접착력 향상을 위해 사용하는 약품이다. 그리고 그 위에 도색스프레이를 뿌리고 마르길 기다린다. 이 과정을 몇 차례씩 반복한다. 그동안 발생하는 퍼티의 분진, 프라이머와 도색스프레이의 분사물 등은 작업공간의 공기 중으로 섞이게 된다. 중간 및 기말과제가 있는 기간이면 산업디자인학과 학우들은 이러한 공간에서 하루나 이틀, 많게는 사흘간 밤을 새워가며 작업에 매진한다. 분진 등이 기관지를 통해 흡입되거나 피부에 노출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김성주(예디대ㆍ산업3) 산업디자인학과 학생회장은 “적지 않은 돈을 등록금으로 받아놓고도 작업환경이 여의치 않다면 이는 학교 측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며 대학본부의 관리 소홀과 무관심을 지적했다.
 
텍스타일디자인
 
텍스타일디자인학과는 직물을 다룬다. 주로 염색이나 프린팅, 니트 디자인 등의 작업이 이뤄진다. 5층의 강의실 대부분은 작업에 필요한 기계설비와 함께 적절한 환기시설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디자인 실습강의가 있는 6층 실습실이다. 디자인 실습강의에서는 수채화 등 기본적인 채색도구 외에도 락스나 벤졸(벤젠), 라텍스페인트 등 냄새와 휘발성이 강하고 위험한 화학약품들이 많이 사용된다. 특히나 락스와 벤졸은 피부염이나 중독증, 암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유독성 물질이다. 그러나 환기시설이라곤 강의실 뒤편의 작은 창문(산업디자인학과의 그것과 동일) 두 개가 전부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매회 4시간의 실습이 진행된다. 강의가 끝나도 과제물 작업을 위해 학우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작품에 집중한다. 주말이나 야간에도 거의 비어있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여기서, ‘그렇다면 환기시설이 적절하게 설비된 5층 강의실에서 작업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하다. 전공강의 대부분이 실기강의이며, 강의시간이 거의 겹치기 때문이다. 5층에서 이루어지는 실습강의(염색, 페인팅 등)는 기계나 각 강의실에 설치된 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디자인 강의는 책상과 작업할 재료만 있으면 충분하다. 자연스럽게 남는 공간인 6층의 실습실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텍스타일디자인학과의 한 학우는 “냄새가 너무 심할 땐 강의실 창문을 다 열고도 휴지로 코를 틀어막고 강의를 듣기도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현대미술
 
현대미술학과 학우들이 사용하는 작업공간으로 사용하는 학과실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높은 천장이다. 다른 학과의 작업공간들에 비해 약 두 배 가량 높다. 덕분에 공간이 비교적 넓다. 따라서 그에 맞게 환기시설 역시 그만한 공간을 감당할 수 있게끔 어느 정도의 규모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곳조차 작은 환풍기 하나에 의존하고 있었고, 역시나 마찬가지로 몇몇 환풍기는 고장 난 채 방치돼 있었다. 창문도 똑같았다. 이쯤 되면 이게 예디대 환기시설의 표준인가 싶어진다. 학과의 특성상, 현대미술학과 학우들의 작업물은 그 규모와 재료, 작업기간이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재료들은 있다. 특히, 공업용 본드와 스프레이는 거의 항상 사용된다. 현대미술학과 학우 들의 작업공간에 들어서면 우선 그 고약한 본드냄새에 머리가 아찔해지는걸 느낄 수 있다. 작업기간 역시 야간작업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며, 작업 규모에 따라 학과실에서 살다시피 하는 학우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현대미술학과의 한 학우는 자신이 사용하는 작업공간의 환풍기에 대해 “입학한 이래로 작동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그냥 장식용에 불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홍승민(예디대ㆍ현대미술3) 현대미술학과 학생회장은 “이미 학과 사무실을 통해 노후화된 몇몇 환풍기를 교체해줄 것을 대학본부에 건의했지만 아직까지도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며 “현재 그나마 있는 환기시설마저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창문 없는 공장 속 예디대 실습실 개선해야

우리대학 예디대 작업환경의 열악함과 위험성이 지적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9년 홍익대학교 조명계 교수는 전국 19개 대학의 미술대학 작업공간 환경 실태를 조사, 공개하며 우리나라 미술대학의 작업환경이 “대부분 공장수준”이라고 평한 바 있다. 조사대학 중에는 우리 대학도 포함돼 있었다. 그는 이날 “1980년대 중반부터 모든 미대에 환경실태 조사 후 안전검사증을 발급하는 미국처럼 우리나라의 미대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었다. 우리대학 학칙은 물론, 우리나라 현행법에서도 미술대학 실습공간의 환경에 대한 관리기준이나 규정 등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그저, 법의 테두리 바깥에서 가려움증과 싸우며 작업 중인 학우들의 마른 기침소리만 들릴 뿐이다. 한편, 예디대의 환풍기 교체 및 증설 요구에 대해 대학본부는 “실습실 통유리에 구멍을 뚫으면 미관상 좋지 않다”는 대답을 내놓은 바 있다.
 

심재호 기자  sqwogh@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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