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하지만 알려줄게"

정통대 전자공학과 10학번 “밥심”님 제보

인턴을 시작한 건 “커다란 바람을 일으키는 나비의 작은 날개 짓”
 

인턴이 금턴

작년 이맘때인 것 같다. 취업을 강렬히 원하는 한 사람으로서 ‘취준생’이라는 타이틀을 목걸이에 걸고 있던 적이. 인턴은 필수, 어학연수는 선택이라 했었나. 치열하게 인턴 지원을 했었고, 그 결과 반도체 전공을 하던 내가 반도체의 끝판왕 S전자를 만나게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은 그저 하고 싶은 일이다.

대기업에서 인턴은 채용연계형이 많기 때문에 부서 선택할 때 심혈을 기울여서 잘 선택해야 한다.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면 다시 그 부서로 간다는 전제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없이 교육을 받다가 부서 배치 면담이 있는 날은 정신을 바짝 차려서 부디 원하는 부서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인맥’이라는 것을 반드시 두 번 세 번 강조하고 싶다. 대기업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인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FAB이라는 생산 라인에 투입되어 3교대를 하는 직무는 많이들 기피하지만, 나중에 현업 선배들에게 들어보면 정해진 시간만 일할 수 있는 라인에 보내준다면 10년 차인 지금도 직무 변경 의향이 있다고 했다. 혹시 반도체 산업에 취업하고자 하는 후배들이 있다면 지금부터 진지하게 고민하셔서 좋은 선택할 수 있도록, 인턴 때부터 야근을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8시간만 일하는 3교대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인턴이라 기죽지 말고 즐겨라.

System LSI사업부 Foundry사업팀에 배치가 되었고, 라인과는 전혀 관련없는 ASIC설계를 하는 부서로 편성되었다. 곧 인턴 기간 동안 수행해서 발표하는 본격적인 프로젝트가 주어졌고, 개인과제와 팀 과제 두 가지를 부여 받게 되었다. 과제 내용은 부서 관련 현업 체험 및 실습 정도가 될 것 같다. Front End와 Back End 반도체 디자인 설계였는데 Verilog HDL을 활용한 과제였다. 학교 다니면서 베릴로그에 대해서 배웠지만 참 쓸모 없을 것 같았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것 같다. 그때 열심히 배워둘걸 이라는 후회가 무척 들었다. 우리 모두 학교 수업에 충실하자. 팀 과제는 같은 사업팀에 배치된 동기와 함께 진행하는 것인데 이것은 무조건 즐기면서 하자가 우리 팀 모토였다. 팀 티셔츠도 직접 제작해서 입고, 인턴의 하루라는 영상도 제작하면서 인턴 생활의 낙을 키워갔다.

Episode #1 - 사내식당

인턴을 하면서 가장 감동받았던 적은 바로 사내식당이다. S전자는 밥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아침, 점심, 저녁 삼시세끼가 모두 무료로 제공되는데 그 퀄리티와 화려한 메뉴 라인업은 환상적이었다. 그리고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가 될 수 있었던 건 밥심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Episode #2 - FAB 체험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회사에서 인턴이라는 기회를 얻었을 때는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봐야 된다. 사업팀 내 인사담당 부장님이 계셨는데 인턴들을 관리해 주시는 분이었다. 우리는 그 권력을 앞세워 책에서 사진으로도 몇 장 보지 못한 FAB 공정 체험 견학을 하게 되었고, 요즘 유행하는 알파고처럼 모든 것이 자동화 되고 절차는 엄격하고 세밀했다. 천장에는 웨이퍼를 옮기는 수십 개의 기계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고, 반도체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반드시 기회가 있다면 경험해 보길 강력추천.

Epilogue

학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면서 반도체를 접하게 되었고, 관심이 커지면서 막연하게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고 싶었다. 많은 학생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반도체에도 엄연히 SW와 HW가 공존한다는 것이고, 명확히 자기가 어떤 반도체 상품을 연구개발하고 싶은지 깊은 고민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인턴이라는 것을 꼭 해보길 간절히 바란다. 인턴은 취업을 하기 위한 지름길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실제 인턴을 하면서 느낀 것은 이 회사가 나와 잘 맞는지 직접 확인해 보는 과정이 더 의미가 깊은 것 같다. 배부른 소리 같지만 아마추어가 프로가 되는 것은 생각 한 끝 차이이며, 행동 하나 차이이다. 인턴도 그 과정의 일부이며, 그 일부는 작은 날개 짓이 되어 나중에 커다란 영향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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