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 학교를 8년 다니면서 저녁 6시에 끝나는 전학대회는 처음이었다. 문제는 총학생회칙 개정안이었다. 박우주 총학생회장이 제안한 개정안이 발의 전에 취소되었기 때문이다. 현 총학생회칙 제 99조에 따르면 개정안은 발의 후 5일 이내, 7일 동안 공고되어야 하는데 그 절차를 위반했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박 회장은 “개정을 한다고 중운위에서 알렸으므로 공고한 것”이라 주장했다. 전학대회 직후 중운위가 개정안 부결이 아닌 무효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뭣이 중허냐고! 회칙에서 말하는 공고의 범위가 무엇인지 따져 묻는다면 애매하다 볼 수 있다. 또 개정안(改正案)의 안도 내용을 포함한 개정안 그 자체인지, 개정을 한다는 ‘안건’인지 혼동할 수 있다. 이것을 두고 수준 미달이라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11년 <건대신문>은 이미 회칙이 애매한 조문으로 가득하여 법적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었다. 이런 회칙을 진즉에 손보지 않은 대표자들의 불성실이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뭣이 중헌디? 개정안 자체도 논란이었다. 당시 개정안에는 “총학생회장은 본 회 및 학내외 위기상황과 이에 준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비상직권이 허용된다”는 조문이 신설될 예정이었다. 논란이 일자 총학생회는 회칙의 법적 결함을 고친 개정안을 다시 전학대회에 올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뭣이 중허냐고! 총학생회가 <건대신문>의 문제제기 5년 만에 회칙의 법적 엄밀성을 따져보겠다고 한 것은 환영한다. 하지만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는 모르는 모양이다. 문제가 되었던 비상직권 개정안 조문 또한 애매했다. 위기상황과 이에 준하는 예외적인 경우라는 것은 어떤 것을 말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뭣이 중헌디? 현 회칙의 문제점을 보자면 △‘최고’ 표현의 남용 △각 기구의 참관, 발의, 의결권 조항 없음 △탄핵 절차 불명확 등을 들 수 있다. 조문은 애매하고, 있어야 할 게 없다. 없는 것은 회원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규정, 학생대표를 감시하는 규정이다. 여전히 애매한 개정안을 들면서, 총학생회장에게 비상대권을 주는 개정을 논했던 박 회장의 행보는 어딘가 석연찮다.

뭣이 중허냐고! 문제는 하나다. 외압으로부터 대학 자치를 수호하고 대학인의 지성을 바탕으로 한다는 우리 총학생회칙은 그 본의가 무색하게 병들었다. 회칙은 학우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고쳐야 한다. 이는 생명과학특성학과가 보여준 것처럼 많은 시간과 토론이 필요하다.

영화 ‘곡성’의 대사를 나는 박 회장에게 드리고 싶다. 당신이 대표하고 있는 장안벌의 학생자치에서 지금, 정말 ‘중헌 게 뭐냐’고. 회의 빨리 끝내고, 일 쉽게 하는 건 적어도 학생자치에서는 능사가 아니다.

 

<중앙일보> 6월 7일자 권석천 논설위원의 시시각각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를 오마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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