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가 대폭 늘어나 아주 기분이 좋았다. 생각 같아서는 여럿에게 상을 주고 싶을 정도로 수준도 향상되었다. 참가자가 늘어나면 심사하는 사람의 고민도 클 수밖에 없다. 그 바람에 전원에게 모두 조언을 해줄 수 없게 된 것은 단점이겠지만 앞으로도 더욱더 많은 사람이 ‘사진으로 말하기’에 관심을 갖게 되길 희망한다. 그렇다. 심사기준의 한 가지는 존 버거가 쓴 책의 제목 ‘말하기의 다른 방법’에도 나오는 ’사진으로 말하기’다. 반듯하게 찍기, (여러 장이라면) 일관성 갖기, 중언부언하지 않기 등이 나머지 심사기준들이다.

1등으로 선정한 10번 참가자(이미지, 문과대ㆍ중문1)는 대단히 우수했다. 가장 높이 평가할 대목은 뛰어난 상상력이다. 연결을 진부하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그 노력이 눈에 보였다. 단점이 없지 않았다. 상상력이 지나쳐서 비약이 너무 강한 사진이 몇 장 있다. 4번과 7번과 8번 사진이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발전가능성까지 고려하여 10번 참가자를 뽑을 수밖에 없었다.

4번 참가자(김수빈, 문과대ㆍ사학4)는 각 낱장은 대단히 뛰어났다. 그러나 이 사진들이 왜 같이 나열되어야 하는지 설득력이 부족했다. 몰입이란 단어가 자주 나왔지만 그러지 않은 사진도 있는 것을 생각하면 사진을 고를 때 중심을 잘못 잡았다. 8번 참가자(김병주, 문과대ㆍ미커1)는 뭔가 상승하는 대상들을 거듭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스토리텔링의 기본을 잘 익혔고 고심한 흔적도 있다. 하지만 가로등이나 전봇대는 세로로 솟은 구조물일 뿐 나머지 사진들이 가진 상승과 서로 맞지 않는다. 9번(안승환, 사범대ㆍ일교2)은 전체 6장 안에서 또 작은 테마로 나눴는데 그 바람에 큰 그림이 흐릿하게 나오고 말았다. 12번(종사현, 예디대ㆍ영화3)은 전체 참가자 중에서 유일한, 사람에게 접근한 밀착형 사진이다. 높이 평가한다. 그렇지만 사람에게 다가가기만 한다고 끝은 아니다. 넉 장이 모두 흩어졌다. 한 명의 주인공을 놓고 찍은 스토리라면 이럴 수 있으나 딱 넉 장인데 장소와 사람과 시선이 모두 다른 것은 곤란하다. 13번(차동훈, 상경대ㆍ국제무역4)은 외형적인 면에서는 통일성을 가졌으나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뒷모습의 동행이긴 한데 그 뒷모습이 말을 하게 하려면 첫째 옷차림에서, 둘째 배경에서 부가적인 정보가 보여야 하는데 그런 사진이 몇 없다. 2, 4, 5, 9번째 사진이 좋다. 나머지는 중언부언하거나 특별하지 않다. 14번째 참가자(최안나, 예디대ㆍ영화4)는 강력했다. 그런데 말을 하다가 중간에 멈춘 느낌이 강했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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