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규 상허교양대학 학장

우리는 지금 ‘코로나 19’의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봄이 왔으나, 봄이 오지 않은(春來不似春) 2020년 3월, 텅 빈 캠퍼스와 도시가 일상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영화 속에서나 보아왔던 낯선 모습입니다. 평범했던 일상의 개강은 축복이었습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 19’는 한국, 일본을 거쳐 이제는 유럽, 중동,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인류가 바이러스로 인한 위기로 신음할 때, 지성 건국인으로서의 자세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봅니다. 1947년 카뮈(Albert Camus)의 소설 『페스트(La Peste)』는 이런 인류의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카뮈는 2020년 온 지구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 19’의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 듯이 글을 써 내려 간 듯합니다. ‘페스트’가 휩쓴 알제리의 작은 마을 오랑(Oran) 시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와 많이 닮았습니다. 폐쇄된 도시 안에서 의사와 신문기자, 성직자, 말단 공무원 등의 등장인물은 다양한 인류의 대처 방식을 보여줍니다. 비극적 소용돌이 속에서도 현실을 직시하며 의연히 운명과 대결하며 진리의 길을 걸어가는 인물을 통해 진정한 인간성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결국 ‘페스트’는 물러가고, 오랑 시의 문은 다시 열립니다.

 

오랑시의 문을 연 것은 바로 지성인의 자세 때문이었습니다. 잔혹한 현실과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절망에 맞서는 것만이 인간의 행복에 대한 의지임을 말해줍니다. 우리 캠퍼스 안에도 각자의 관점에 따라 ‘코로나 19’에 대처하는 학생, 교수, 직원으로서의 다양한 역할이 존재할 것입니다. 그러나 공통되고 중요한 자세는 “‘코로나 19’로 인한 모든 구성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만의 생각이나 입장을 주장하기보다는 구성원 모두가 건강한 개인위생은 물론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며 사회적 책무와 공동체를 위한 이타적 행동에도 힘써야 되겠습니다. 이는 건강한 커뮤니티와 사회를 복원하는 힘이 됩니다. ‘사회적 거리’는 멀리 두지만 마음만은 하나로 모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건국대학교는 일단 학부 및 대학원 개강을 2주 늦추고, 3월 내 수업은 100% 온라인 수업으로만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외부인의 교내 출입을 금지하고, 각 건물의 정문을 제외한 모든 출입문을 제한하였습니다. 모든 건물은 신분증 확인, 출입기록 작성, 체온 검사를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물리적으로 함께 모이는 모든 캠퍼스 내 활동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3월 둘째 주 개강부터 온라인 동영상으로 진행되는 수업들은 학생이나 교·강사 그리고 이를 준비하는 직원을 불편하게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불편함은 우리가 하루빨리 새로운 일상으로의 복귀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새로운 학습 기회는 우리에게 최근 확산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기반 교육을 활성화 할 수 있는 전화위복과 또 다른 혁신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 19’ 사태가 끝나면, 우리는 새로운 위기극복의 경험과 단결하는 건국人의 지혜와 힘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번 위기는 우리가 늘 당연하게 여겼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합니다. 매일 아름다운 캠퍼스로 등교할 수 있다는 것, 강의실에서 교수님과 얼굴을 맞대고 수업하고 토론하는 것, 캠퍼스 벤치에서 친구들과 마음껏 대화하고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 다시 돌아오게 될 일상에서는 이 모든 것들에 더 많은 감사와 열정을 쏟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한편으로는 힘겹지만 또 한편으로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터널의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인내하고, 힘을 모아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합시다. 다들 건강에 유의하시고, 나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주의하시길 권합니다. 속히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캠퍼스에서 만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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