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선(사과대·경제19)

 서점을 갔다가 추천도서나 베스트셀러 코너에 유독 ‘힐링’을 주제로 한 에세이들이 많은 걸 보고 문득 ‘왜 이렇게 힐링 도서는 인기가 많을까?’와 동시에 ‘과연 저 책들을 읽으면 힐링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자에 대한 답은 경쟁과 여러가지 불안에 지친 사람들의 행복과 위로, 힐링에 대한 수요의 증가로 간단히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후자에 대한 답은 간단해 보이지 않았다. 몇 년 사이에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 등 소위 힐링을 테마로 한 에세이들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직접 접해본 대부분의 힐링 에세이는 예쁜 표지와 함께 감성적인 그림이나 일러스트가 많이 삽입되어 있었고 ‘일상에서의 소소한 기쁨과 행복’이나 ‘지친 나 자신을 돌보는 법’과 같이 대체로 가벼운 위로를 담고 있었다. 이 점에서 힐링 에세이는 진정한 힐링을 가져다 줄 수 없다는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 왜 우리가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원인에 대한 설명과 분석은 거의 없고, 작가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과 경험담에 기초한 해결법과 ‘괜찮아’, ‘다 잘 될거야’ 등의 위로를 건넬 뿐이다.

 

 진정한 행복은 문제의 해결로 이루어질 수 있다. 아무리 스스로를 위로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려고 한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꾸준한 행복과 힐링을 얻을 수 있을까?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힐링 에세이를 통해 힐링을 얻고자 하는 것은 스스로의 처지와 현실을 합리화하게 만들어 결국 일시적인 위로만을 얻는 것에 그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힐링 에세이는 무한한 긍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오늘도 상처받은 여린 당신, 너무 걱정 말아요. 삶은 원래 모두에게 힘든 법이니까요’ 따위의 현실은 원래 각박하고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듯하다. 치열한 하루를 보낸 누군가에겐 위로일 수 있겠지만, 별다른 노력 없이 편히 살고 싶은 누군가에겐 그리 열심히 살아도 되지 않을 이유가 될 수도 있다. 힐링에 대한 욕구는 현실이 불만족스럽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불만족스럽고 힘든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문제의식을 갖고 부딪혀보는게 옳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물론 힐링 에세이가 개인에게 주는 긍정적인 기능은 분명히 존재한다. 한편으로는 열심히 살아도 정당한 대가와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힐링 에세이의 인기를 마냥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도 없다. 그러나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은 일시적인 위로를 통한 ‘쉼’보다는 장기적인 나의 행복일 것이고, 이를 위해선 지나치게 낙관적인 자세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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