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민주(영자신문 The Konkuk Bulletin 편집국장)

인터넷 밈(Internet Meme) 또는 줄여서 밈(Meme)이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특정한 컨텐츠와 문화 요소를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요즘 가장 “밈”으로 많이 사용되는 단어는, 이것을 밈이라고 표현해도 될까 싶지만, 단언컨데 “ptsd”일 것이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아-, 하며 고개를 끄덕일 테지만, 그래도 혹여나 들어보지 못한 당신들을 위해 간단한 정의를 알려주겠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또는 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란,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정신적 외상)를 경험하고 나서 발생하는 심리적 반응이다. 그리고 여기서 “정신적 외상”이란 충격적이거나 두려운 사건을 당하거나 목격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외상들은 대부분 갑작스럽게 일어나며, 경험하는 사람에게 심한 고통을 주고, 이는 일반적인 스트레스 대응 능력을 압도한다.

 

앞서 말했지만, 밈이란 다소 가벼운 농담과도 같은 것인데 어쩌다 정신질환을 지칭하는 ptsd 라는 단어가 밈이 되었을까. 사람들은 “ptsd 왔다”, 혹은 “ptsd 올 것 같다”, 라는 표현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위의 정의처럼 심각한 상황에 쓰인다기보다는 단순히 짜증나는 상황부터,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을 때까지 다양하게 사용된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정신질환을 쉬쉬하며 숨기고 큰 반감을 가졌던 한국 사회를 생각해보면, 이 변화는 꽤나 눈여겨볼만 하다. 물론 이것에는 서글픈 인과가 존재한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경쟁 사회에서 전력을 다하는 것이 미덕이었던 한국사회는 빠르게 사람들을 병들게 했다. 불과 10여 년 전 베스트 셀러들은 “아프니까 청춘이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 와 같은 경쟁을 부추기는 듯한 내용이 많았다. 10년이 지난 오늘 날, 베스트 셀러 코너를 방문하면 온통 힐링 에세이로 가득한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무작정 달리던 발걸음을 멈추고, 자신들을 되돌아보며 스스로를 다독이려고 노력한다. 육체적인 건강 뿐 만 아니라 정서적 안정도 추구하게 되면서 현대인들의 정신질환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개개인이 가진 작은 우울함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이의 병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이를 공부하고 치료하는 경향이 늘어났다. 다양한 정신적 질환을 다루는 드라마나 영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만 보아도 사회 전반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수의 현대인들이 ptsd라는 단어를 접한 경로도 아마 이와 비슷하리라. 그 어느 때보다 개인이 자신의 정서 상태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과는 모순되게도, 요즘 같이 사람들이 예민하고 분노가 극에 달한 사회를 필자는 본 적이 없다. 다소 가벼운 상황에 사용되는 밈이라 해도, ptsd 라는 단어가 밈으로 사용 될 만큼 현대인들의 스트레스 수치는 최근 극에 달했다. 아마 스트레스를 발산할 수 없는 코로나 시국도 크게 한 몫 했을 터이다. 사회의 전반에 깔린 불안에 대해 “코로나 블루”라는 단어도 생긴 만큼, 개인의 스트레스 관리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는 때이다. 늘어난 집 안에서의 시간 동안 자신을 객관적으로 점검하되, 감성적으로 안아줄 수 있는 시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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