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태 예술디자인대학원 공연예술학과 교수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니체는 “역사는 시대정신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철학은 왜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특히 “서양철학은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질문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는 명언을 남겼다. 필자는 여태껏 소위 클래식 음악가로 배우고 가르치며 사는 동안 니체가 가르쳐 준 역사와 철학 등 인문학적 사유를 기반으로 한 예술의 시대정신과 인간에게 예술은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삶의 거친 풍파를 헤쳐나가면서 스스로에게 던지곤 하였다.

 

고대 로마제국의 아우구스트황제의 대신이자 정치가, 외교관, 시인이었던 가이우스 마에케나스(Gaius Clinius Maecenas)는 당대 예술가들에게 그들의 예술 창작활동을 적극적으로 후원해 예술부국을 이끌었는데 이것이 ‘메세나(Mecenat)’의 유래다. 메세나는 기업인들이 문화예술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사회공헌과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하는 활동을 총칭한다. 그 후 르네상스에 메디치가 등 부호들이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등 예전부터 문화예술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지하고 존중하는 체제가 형성됐다. 무엇 때문에 그들은 이미 고대 로마시대부터 문화에 대한 소중함을 인식하고 있었는가를 우리는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매 학기 200여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양 클래식 수업을 하고 있다. 한 학기 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심포니, 오페라 등을 관람한 후 필자에게 후기를 보내거나 더 많은 부분들을 알고자 한다. 새로운 분야를 발견이라도 한 듯 클래식 애호가가 된다. 이는 비단 클래식 분야만은 아닐 것이다. 업무 위주 교육 중심이었던 기업교육이 사물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융복합할 수 있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인재상을 만들기 위해 지성과 감성, 그리고 영성까지 아우르는 클래식 인문학과 문화예술강연 등의 교육 비중을 높이고 있다. 대학도 인문학과 문화 예술 분야를 다시 재조명하고 정비해서 학생들에게 상상력과 사고의 폭을 넓혀 주는 창의적 에너지원으로서 그 중요성을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건국대학교는 이제 전국 10위권을 향해 뛰고 있다. 대학원생을 포함하면 2만 5천명을 넘는 매머드급 대학이다. 이런 규모에 아직도 오케스트라가 없다는 것은 우리의 부끄러움이 아닐 수 없다. 아름다운 일감호와 어우러진 고대 그리스 야외무대를 생각나게 하는 야외공연장, 그곳에서 매년 가을 야외 콘서트를 개최한다면 아마도 학교의 SIGNATURE가 될 것이다. 가을 건국대에는 가을맞이 콘서트를 연다는 외부의 관심과 함께 교내에 멋진 중,소규모의 콘서트홀이 만들어지는 꿈도 꿔본다. 이는 우리 대학이 4차 산업융합과 문화예술이 어우러져서 한 단계, 아니 그보다 훨씬 높은 곳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건국대학교의 발전에 문화예술의 부활(Renaissance)이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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