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아 소설가

 

응모작 중에서 인상 깊게 읽은 작품은 「비극의 에필로그」와 「시선 끝」 이었다. 「비극의 에필로그」 는 기숙 수험학원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막연한 경쟁의 조바심 속에서 살아가던 ‘나’가 익명의 남자아이와 쪽지를 주고받으면서 공감과 소통을 이루고 변화를 겪는 일련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풋풋한 내용의 쪽지로 전달되는 연애 사건이 일단 재미있고, 그에 얽힌 과거의 사연도 설득력 있다. 안정된 문장과 깊이 있는 주제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심사자의 수업에서 한 차례 노출이 되었던 작품으로 당선권에서 제외시킬 수밖에 없었다. 안타깝지만 다른 기회에 더욱 나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시선 끝」은 여학교에서 처음 만나 각자의 방식대로 사랑하고, 머물고, 길들이려 한 ‘나’와 ‘칸쵸’의 이야기다. 이 소설은 근래 붐과 같이 일어나는 퀴어 담론을 다루고 있는데, ‘칸쵸’라는 인물이 남기는 강렬한 인상과 그에 반해 끝까지 퀴어를 형상화하지 못하는 두려움과 무력감을 토로하는 솔직함이 장점이다. 문제는 ‘퀴어’에 있어서 ‘성애’의 여부가 아니라, ‘퀴어’를 ‘퀴어’이게 하는 지점일 것이다. 말하자면 세상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울 수 밖에 없었던 칸쵸의 절박함을 과연 ‘나’는 얼마나 이해했는가를 묻는다면 좀 더 이야기의 논점에 가까워 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소설의 약점 - 문장은 거칠고, 시점은 불안정해서 흔들리며, 주제는 심층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분투한다 - 에도 불구하고 가작으로 선정한 것은 작가의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목소리와 개성적인 캐릭터 표현에 더욱 큰 점수를 주었기 때문이다. 정진하여 더욱 좋은 작품을 쓸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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