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초, 코로나-19 감염증 사태가 확산될 때 모두는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갔다. 그 명목으로 조금의 실수나, 지연이나, 번복이 허용됐다. 우리 대학도 마찬가지다. 개강 연기, 전면 온라인 수업, 성적장학금 중단과 등록금 환불, 추가학점 지급 등 사상 초유의 사태에 가보지 못한 길을 걷게 됐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올해도 지난해와 유사한 상황이다. 집단감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됐다. 백신이 도입되고 있으나 상반기 내에는 쉽사리 안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교내 곳곳에서 첫해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 신학기 수업 방식을 안내한 방식이 그렇다. 지난 2월 6일 발표된 수업 운영 방식은 학우들에게 혼란을 줬다. 제한적, 허용, 원칙, 조건, 전면, 검토 등의 단어들이 뒤섞여 앞으로 어떻게 수업을 듣게 될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두 번의 교학소통위원회를 통해 수업 운영 방식을 수정해 2월 15일 오후까지 발표하기로 했으나, 공지가 늦어져 총학생회 측이 성명서를 발표하는 일로도 이어졌다. 이후 수강신청 과정에서 뒤늦게 수강인원 조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둘째, 입학식이 비대면으로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면 입학식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비대면 입학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세부 콘텐츠들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어떠한 행사보다도 비대면으로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입학식이다. 입학 후 비대면으로 한해를 보낸 20학번에게 후드티 배부를 한 것은 환영한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속에서 어려운 길을 헤쳐와 우리 대학에 입학한 21학번 신입생들에게 입학식을 따로 진행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셋째, 기숙사의 두 동을 자가격리 시설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대처가 그렇다. 2월 7일부터 21일까지 비전홀과 프론티어홀을 시설로 사용하고 난 후 단 6일 후에 새로운 관생들이 입주를 시작했다. 그러나 기숙사 측은 시설 사용 전과 후 어떠한 때에도 의견수렴 및 공지가 없었다. 기숙사는 단순한 시설이 아닌 관생들의 집이다. 새로운 집에 계약을 했는데 6일 전까지 자가 격리 시설로 사용했다고 듣게 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에서 요청한 생활치료센터 지정 요청 당시 관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있었던 것과도 배치된다. 단순히 두 가지의 성격이 달라서 공지가 없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감염 확률이 공지 여부를 바꿔서는 안 된다.
고통을 분담한다는 것, 서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 모두가 알고 있다. 조금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감염증 사태 속에서 밀려드는 업무와 학업을 수행하는 모든 교내 구성원에게 존경을 표한다. 하지만 지난해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더욱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