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드니 자꾸 삶의 지혜를 말해 주는 것들에 관심이 간다그런 말들을 좇아 유튜브를 들여다보면 은퇴 후의 삶의 지혜를 말해 주는 것들이 의외로 많다말하자면 자신의 노년을 어떻게 펼쳐나갈 것인가 하는 강좌들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그만큼 우리 사회가 고령화시대에 접어들었음을 반증해 주는 것이리라그런데 이러한 유튜브 중에서 상당수가 자산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데에 집중돼 있고 나아가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경제 관념을 부추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평생을 그렇게 경제관념으로 쫓기듯이 살아왔는데 은퇴후에도 그렇게 쫓기듯이 살아가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것이다오히려 씀씀이를 파격적으로 줄이고 그만큼 더 여유있게 사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물론 평생을 잘 살거나 더 잘 살기 위해서혹은 잘 되거나 더 잘 되기 위해서 온갖 악을 다 써왔으므로 이러한 틀에서 하루아침에 벗어나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닐 것이다남보다 못하면 열등감과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무수한 성공 제일의 환경 속에서 우리는 마치 전쟁 치르듯이 살아왔던 것이다.

그렇기에 씀씀이를 파격적으로 줄이고 그만큼 더 여유있게 살아야 한다는 말이 오히려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것도 하등 이상할 것이 못 된다그렇게 살다가 어느날 문득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가 1926년에 태어나 1984년에 죽었다는 기록을 보고는 그가 나보다 한 살 전에 죽었다는 사실이 놀랍게 다가왔다그렇다면 나도 그처럼 1년 전에 죽었을 수도 있었는데 그보다 더 산 지금의 1년이 과연 나에게 어떠한 의미를 줬을까 생각하니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인간적인 성장이나 성숙과는 거리가 먼 그 인생이 그 한 해 전에 살았던 앞만 보고 달렸던 무반성적인 삶과 얼마나 달라졌을 것인가 하는 반성이 들었던 것이다.

더 잘 살거나 더 잘 되기 위해 정신 없이 살다가 우리네 인생이 무한하지 않고 아주 짧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되는 경우가 있다그 짧은 삶에서 죽음이란 모든 인연이 끊어지는 하나의 사건이다다시 말해 사람도 재물도 그 어떠한 인연도 영원하지가 않다그런데도 우리는 마치 그것들이 영원할 것처럼 집착한다.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젖 한 깡통허름한 담요 여섯 장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 이것 뿐이오라는 간디의 말에 법정 스님은 자신의 ‘무소유라는 글에서 매우 부끄럽다고 말했다박경리 선생도 자신의 엄청난 가난과 속박모진 눈물처절한 고독 끝에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라고 술회했다다 떨쳐내고 비로소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고자 한 것이다살아오면서 우리는 너무나 많이 가지려고 싸워왔고 그래서 너무나 많이 상처를 주고 또 상처를 받아 왔다그것은 세상이 원한 것이었는지는 몰라도 진정 내가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씀씀이를 파격적으로 줄이고 거기서 얻은 여유로 새삼 삶을 뒤돌아 보는 것오랫동안 떠나왔던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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