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2차 유행 국면에서 느낄 수 있었던 정부와 국민의 상호 신뢰가 최근에는 잘 보이지 않는 듯하다. 과단성 있는 방역 정책과 의료인의 헌신, 국민의 성숙한 호응은 이른바 K-방역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냈지만 요즘 들어 퇴색한 감이 없지 않다. 여기에는 코로나19 백신접종을 둘러싸고 불안이 커진 점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 같다.

정부는 백신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에 대해 "과민하다"는 평가를 내린다. 아울러 백신을 맞은 뒤 사망한 사례 등을 여과 없이 전달한 언론의 보도가 이런 불안감을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한편으로는 정부의 불분명한 태도나 모호한 메시지가 불안감을 키운다는 반론도 있다.

이런 인식차는 좁힐 여지가 있다. 어느 한쪽도 완전히 틀린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언론의 '백신 접종 후 사망자' 보도가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정부의 지적은 수긍할 만한 사안이다. 기사에 접종과의 인과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사망자 보도는 은연 중에 백신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자아낸다.

반면에 정부의 태도가 아쉬웠던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진다. 5월 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잔여분이 얼마 남지 않아 1차 접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언론의 보도가 나왔을 당시 정부의 첫 반응은 "백신이 바닥났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계획대로 접종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한때 하루 20만명을 넘던 1차 접종자 수가 수천명대로, 휴일에는 불과 3명까지 내려가는 일이 뒤따랐다. 이런 수급 불균형이 일시적이었다고 해도 그런 사실 그대로를 지체 없이 발표하는 게 옳았다.

결국 정책을 끌어가야 하는 정부, 공적 정보를 알려야 하는 언론, 이를 받아들이는 국민 모두가 인식 차를 줄이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사실관계 앞에서 겸손해야 할 것이다. 현재 방역 당국의 공보 체계는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여권의 영향력이 미치기 쉬운 구조다. 여당의 오전 회의에서 나온 방역 메시지가 오후에 질병관리청의 브리핑에서도 유사하게 되풀이되는 걸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의혹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설령 여권에 정무적 부담을 줄 사안이라도 있는 그대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언론은 보도의 파급을 세밀하게 신경 써 주길 바란다. 우려감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여지가 없는지, 특정 팩트만 지나치게 부각하지는 않는지를 신중하게 살폈으면 한다. 적어도 건강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소위 '잘 팔리는 뉴스'를 제작한다는 것보다는 균형 잡힌 인식을 전달한다는 데 초점을 두길 기대한다. 물론, 포털사이트나 SNS를 통해 개별 링크 단위로 소비되는 뉴스 소비구조 때문에 언론사의 편집기능이 위축되고, 가독성 위주의 뉴스가 주로 읽힌다는 점은 아쉬운 지점이지만 그럴수록 개별 보도 내에서라도 언론의 책무가 지켜지길 바라본다. 아울러 정부의 발표 내용이나 언론의 보도를 수용하는 일반 국민들도 '읽고 싶은 내용만 골라 읽다가 정보 편식이 있는 건 아닌지'를 자문해 보는 건 어떨까 제안해본다. 상당수의 오해가 정보 부족이나 편중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되새기면 백신을 둘러싼 인식차도 조금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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