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등록금 고지서 오른쪽에는 10,500원이 찍힌 ‘기타납입금 수납의뢰서’가 자리한다. 학기마다 납부 받은 돈을 학생들의 연합체인 사무국연석회의가 총학생회‧중앙자치기구‧단과대 학생회에 배분한다. 그렇게 모인 돈이 73,374,000원, 그러나 모든 단과대가 집행 권한을 가진 것은 아니다. 어떤 단과대는 학생회비를 집행하나, 어떤 단과대는 할 수 없다. 그리고 해당 권한이 부재한 단위의 학생회비가 다른 단위로 고스란히 재분배된다. 이때 해당 단과대 소속 학우들은 학생회비를 냈음에도 그 수혜는 받지 못한다.
이유는 그들이 속한 단과대가 학생회가 구성되지 않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이기 때문이다. 비대위 체제는 학생들이 투표를 통해 대표성을 부여하지 않았다. 집행부원을 모집하거나 행사를 기획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이전부터 비대위는 학생회비를 계속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번 상반기 전학대회에서 해당 단위엔 집행 권한이 없음이 명시됐다. 낸 사람은 있는데 받는 사람은 없는 상황에서 해결책으로 대두된 것은 ‘이월’과 ‘환불’이다.
그러나 사무국연석회의는 두 가지 모두 선택하지 않았다. 먼저 이월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2018년 총학생회 <利:action> 사무국장이 총학생회비 약 150만원을 횡령했던 전력 때문이다. 당시 A사무국장은 △2018학년도 2학기 교지 배당 금액 △교지의 미지급 대금 △학적이 변경된 학우 44명의 총학생회비를 횡령했다. 다시 한 번 ‘미지급금’을 남겨 횡령의 재원이 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한 것이다. 납부자와 수혜자가 달라진다는 문제점도 존재했다. 환불의 경우 ‘납부 인원의 신상 파악이 어렵다는 점, 이체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점, 환불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 환불 잔여금에 대한 대처 방안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 등이 그 근거다.
사무국연석회의가 이월도 환불도 아닌 타 단과대 재분배를 결정한 배경이다. 환불이 정말 불가능한지, 환불과 이월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재분배를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재분배를 결정하는 과정이 정당했는가에 대한 항의도 존재했다. 문과대 학생들이 발표한 입장문에서 나타나듯,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구성된 단위들의 의견을 포괄할 수 있는 의결 과정은 전혀 고민하지 않고 의결을 진행했다.’ 실제로 전체학생대표자회의도, 중앙운영위원회도, 사무국연석회의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의 단위에겐 의결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학생 자치 사회가 구성·운영되기 위해 학생회비는 필수적이다. 학생회비가 모이고 집행되는 과정에서 그 어떤 학우도 이익이나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 중앙운영위원회는 학생회비 재분배 집행 건을 보류했으며, 오는 7월 둘째 주에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체학생대표자회의가 열린다. 이번에는 모든 단과대학 학우들의 의견이 수용될 수 있도록 TF팀이 구성될 예정이다. 대표자가 구성되지 않은 단과대학까지 포용할 수 있는 해결책이 등장하길 바란다. 또한 의사소통과 의결 과정이 어떠한 학우의 의견도 배제되지 않고 진행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