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덕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연덕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말고사 기간이다. 이 기간이 되면 e메일을 평소보다 많이 받는다. 1학기에 개설한 수업에 수강생이 많다. 학부 교양 과목인 발명과 특허’ 500, ‘유튜브 개설과 법률’ 500, ‘저작권과 스마트폰의 이해’ 500명이다. 법학전문대학원 강의도 있다. 운영하는 유튜브 정교수 지식채널구독자(현재 14,000)e메일을 보낸다. 내용은 성적 처리, 결석, 군대 문제, 편입 상담, 졸업 문제, 사업 아이디어, 로스쿨 진학, 법률 상담 등이다. 받는 e메일은 읽고 거의 다 답장을 한다. 그런데 읽으면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이메일도 많다.

이름이나 학과를 틀리게 쓴 e메일이다. ‘정연석’, ‘정언덕’, ‘장연덕등 부르고 싶은 대로 쓰는 이메일이 많다. 학과도 화장품학과’, ‘경영학과도 있었다. 얼마나 조사를 안 하면 이런 글을 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체메일로 보내는 똑같은 내용이다. 메일 리스트를 보면 1명에게 보낸 것인지 여러 명에게 보낸 것이지 알 수 있다. 대부분 내용은 교수에게 인사나 부탁하는 이메일이다. 누가 읽어도 다 해당되는 같은 내용이다.

일정을 다 적어 보내라는 e메일이다. 상담이나 방문을 하고 싶으니 앞으로 3주 동안의 오전 ·오후 일정을 다 적어서 보내라는 것이다. 상대방 처지에서 이메일 쓰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3주 동안 언제가 되는지 안 되는지 다 O, X 표시하려면 오래 걸린다. 학생이 교수에게 보내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부탁이 아니라 내놓으라는 e메일이다. 내가 필요한 것이 있으니 당연히 내놓으라는 내용이다. 교수는 상담을 해주는 것이 돈 한 푼 안 받고 사회봉사 차원에서 하는 것이다. 한정된 아까운 시간을 쪼개어 읽고 상담하는 것이다. 자기도 그만큼 생각이랑 노력해 본 후 더는 어려울 때 물어보아야 한다. 너무나 당연하게 밥을 해서 밥상을 차려놓으라는 내용도 많다.

마지막에는 보낸 사람 이름 뒤에 될 수 있는 대로 올림을 쓰자. 예전에 대법원에서 근무할 때 판사님들 특징은 마지막 인사에 홍길동 올림을 썼다. 동료 판사뿐만 아니라 법원 직원에게도 올림을 쓴다. 물론 드림도 있지만, ‘드림보다는 올림이 좋다. 상대적으로 자기를 낮추어야 상대방이 높아 보인다.

학생들은 e메일을 많이 받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기회가 적다. 예전에 나의 박사논문을 지도하신 교수님은 이메일 답장이 2~3 줄을 넘지 않았다. 그때는 답장이 성의가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이해가 간다. 바쁜 일정과 e메일의 홍수 속에서도 읽고 답장을 해주신 것이다. 글을 보면 사람이 보인다. 글을 쓰면서 상대방의 입장을 한 번 더 생각하자.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