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이 제한되는 요즘엔 통 재밌는 일이 없다. 만나는 사람, 일과가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하루이다 보니 지루하다 못해 하루의 의미가 무엇인지까지 고민하게 된다.

사람은 이렇게 심오하면서 쓸데없는 고민만 하고 있는데 옆에 있는 강아지는 그저 매일 신나 한다. 같은 산책길을 걷고 같은 놀이를 하면서 어떻게 이렇게 매번 새롭게 즐거워할까? 어제와 같은 풀일 텐데 어떻게 몇 분이나 집중해서 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 강아지는 하루를 어떻게 느끼기에 이럴 수 있을까?

강아지가 말로 명쾌하게 대답해줄 순 없으니 강아지가 하듯 강아지를 관찰해본다. 강아지는 사소한 변화 하나라도 놓치지 않는다. 매일 걷는 길에서 난데없이 나타난 돌멩이가 있으면 꼭 입에 넣어보고 매일 지나가는 마른 호수에 물이 조금이라도 차면 기민하게 알아채고 그쪽으로 가려 한다.

강아지가 멈추는 곳에서 멈추고, 강아지가 보는 것을 보고, 강아지가 집중하는 곳에 같이 집중하며 강아지처럼 걸으니 알게 되는 것이 많다. 문득 바람이 이제는 쌀쌀해졌다는 걸 느낀다. 길가의 풀들이 내 기억 속 쨍한 초록색보다는 익은 벼처럼 탁하다는 걸 알아챈다. 돌아오는 길 앞집 밭엔 심은 줄도 몰랐던 옥수수의 키가 훌쩍 커 있다.

의식하지 않았을 뿐 하루하루는 변하고 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은 없다. 자연뿐만이 아니다. 어제와 오늘은 아침에 일어날 때 기분부터 다르다. 같은 일을 해도 대하는 사람은 다르고 같은 거리여도 달에 하나씩은 꼭 새로 문을 여는 가게가 있다. 매일 같은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매번 다른 부분을 알아간다.

이런 변화를 강아지처럼 진중하게 대하면 새로움이 곧장 즐거움으로 이어진다. 어릴 때는 풀벌레 하나만 튀어도 재밌어했다. 어른이 된 지금 풀벌레가 튀어나와도 아무런 감흥이 없는 이유는 풀벌레가 매일같이 튀어나와 별다를 게 없다기보다는 풀벌레가 하루에 아무런 영향도 못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극적인 사건만 하루를 변화시키는 건 아니다. 우리 주변엔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사소한 변화가 수없이 많고, 그중 몇 개를 소중하게 인식하기만 하면 정말 변화가 일어난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 매일이 신기하고 즐겁다.

같은 하루는 없다. 강아지처럼 매일의 새로움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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