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저녁이 되면 제법 쌀쌀해진다. 무더운 여름이 끝나감을 피부로 느끼는 순간이다. 이번 여름방학은 참 길게 느껴졌다. 매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확진자 수, 만난 지 1년이 훌쩍 넘은 동기들,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동기들, 각자 취업 준비로 바쁜 고등학교 친구들까지. 우울증이라는 세균이 서식하기에는 이보다 좋은 환경이 없다. 상반기를 정신없이 보낸 터라 방학엔 쉬겠노라 다짐했지만, 그 휴식이 방에서만 이루어질 것이라고는 예상 못 했다. 침대에 누워 온종일 유튜브, 인스타그램, 에브리타임을 번갈아 접속하면서 내가 여전히 이 사회의 구성원임을 반복해서 확인했다. 그 와중에 사람을 대하는 법은 쓰지 않는 물건에 녹이 슬듯이 점점 흐릿해지기 시작해서, 카카오톡은 잘 들여다보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
너무 무기력하고 우울하다는 생각도 잠시, 에브리타임만 가면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동료들이 참 많다. 다들 내 마음과 똑 닮은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허탈하다는 사람, 우울하다는 사람, 취미를 추천받는 사람, 취미를 공유해주는 사람….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이를 두고 하는 말이구나 싶다. 무기력 해소에 효과 좋은 방법들을 서로 품앗이하듯 나눈다. 나 또한 열심히 위로와 격려의 댓글을 남긴다. 어쩌면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일 수도 있다.
이처럼 언택트 시기에도 대학생들은 어떻게든 교류할 방법을 찾아낸다.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 핫한 것은 '줌스터디'. 줌(Zoom)을 깔고 캠퍼스픽에 들어가면, 다들 '스터디'를 절찬리에 모집 중이다. 종류도 다양하다. '같이 양재천 러닝 하실 분 구해요', '같이 독서하실 분 구해요', '오픽 IH 줌스터디 구해요' 등등. 대학생들의 교류 및 자기 계발 욕구에는 끝이 없다. 나 또한 절친한 친구와 'NCS 자료해석 스터디'와 '미라클 모닝 스터디'를 해봤고, 좋은 감정을 품고 있다 보니 “어느 것을 가입해볼까?”를 중얼거리며 아이쇼핑하듯 기웃거리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내 인생은 잠시 일시 정지해놓고, 코로나19가 끝나는 시간에 딱 맞춰 다시 재생 버튼을 누르고 싶은 요즘이다. 잃어버린 대학 생활, 보상받을 수는 없는 걸까. 전지전능한 신이 있다면, “인생도 일시 정지가 되나요?”라고 묻고 싶을 노릇이다. 만약 잠 못 이루는 밤에 부정적인 감정이 든다면, 다들 자기만의 방에 갇혀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약간의 동지애가 생길 것이다. 잊지 말자,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