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교에 입학하기 전 타 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에서 활동했었다. 1년의 활동을 마칠 때쯤 사회는 미투 운동으로 뒤덮였다. 대학 역시 마찬가지였다. 교수가 학생에게, 학생이 학생에게 성폭력을 행한 후 모른 척하는 사례들이 꽤나 많았다. 성폭력에 있어 이 모른 척은 통할 때가 많다. 증거를 확보하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 혼자 끙끙 앓기도 하고, 다들 알면서 모른 척 넘어가기도 한다.

어느 날 ‘OO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도움을 요청하는 제보글이 올라왔다. 같은 날 교지 SNS 페이지에 제보 창구를 열었다. 그 후는 매일 취재하고, 인터뷰하고, 카드뉴스 만들고의 반복이었다. 그렇게 카드뉴스가 차례로 공개된 후 학생 사회로 사건이 일파만파 퍼졌다. 언론사 인터뷰가 들어오기도 하고 다른 언론사에서 쓰기도 했다.

그리고 가해자에게는 사과 메시지가, 피해자에게는 감사 메시지가 왔다. 그리고 기자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건대신문에 지원할 때 자기소개서에 쓴 아래 문장은 이 경험에서 나온다.

첫째로는 글을 쓰고 싶고, 둘째로는 기자가 되고 싶기 때문에 건대신문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글이라는 건 나라는 사람과 관계없이 퍼져나갑니다. 이전에 교지편집부에 있을 때 제 작은 목소리가 학교 전체에 퍼져나가는 순간, 저의 글은 저의 목소리로써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은 모두가 작은 목소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차별을 겪더라도, 부조리를 당하더라도 이를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목받지 못하는 목소리에 집중하고자 글을 쓰고 싶고,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이에 대한 능력을 키우고 실현하기 위해 건대신문에 지원합니다."

사회에는 발언권이 한정돼 있다. 그리고 그 발언권은 위치에 따라, 성별에 따라, 나이에 따라, 집단에 따라 차별적으로 주어진다. 차별적으로 주어진 발언권은 권력과 분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걸 억지로 다시 분배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나라도 그 사람들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들어주고 싶다. 그리고 조금은 세상으로 전해주고 싶다.

아무튼, 이번 건대신문 종강호를 내며 교지 1년과 건대신문 2년을 합쳐 3년간의 대학 언론 활동이 끝났다. 건대신문에서도 1986년 건대항쟁을 새롭게 기억한 것, 학내 경비노동자분들의 수면 소파를 지적해 교체된 것, 학교 주변 자영업자분들의 이야기를 한 분씩 들어본 것 등 길이 마음 속에 남을 기사들이 정말 많다. 그렇지만 교지 활동 때의 취재는 내겐 가장 큰 성취감이자 가장 큰 감동이었다. 동시에 가장 큰 고통이자 가장 큰 후회였다. 그때 한 발자국만 더 나아갔다면, 한 사람의 이야기만 더 들었다면, 조금만 더 취재했다면.

(붙여주느냐가 훨씬 더 큰 문제지만) 앞으로 기자를 하게 될 것 같다. 건대신문 기자 소개에 써놓은 자기소개 문장처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할 수 있는기자가 됐으면 좋겠다. 이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제보와 의견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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