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일본 최고재판소가 문신 시술을 의료 행위가 아닌 예술 행위로 인정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문신 불법 국가타이틀을 얻게 됐다.

국내에서 문신 시술은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의사 면허를 소지한 사람만이 행할 수 있다. 이는 문신사(타투이스트)와 같은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이 불법임을 의미한다. 1992년 대법원 판례 이후 지난 30년간, ‘비의료인의 문신 합법화논쟁은 지속됐다. 그 안에서 국민 건강권 보호라는 명목을 앞세운 대한민국 의료계의 반() 타투 계몽은 그들의 고귀한 사회적 위치를 반영하듯,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지금까지도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문신 합법화 논쟁에 대한 골자는 크게 정체성위생의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전자는 문신 시술이 의료 행위인가에 대한 물음, 후자는 비의료인이 피부 침습 행위에 대한 사후 위생적 대처가 가능한가란 물음을 주요 골자로 다루고 있다.

독수리는 파리를 못 잡는다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무리 독수리일지라도 작은 파리까지 사냥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각자 능력에 맞는 일이 따로 있다는 유명 속담이다. 문신이 과거 조폭의 전유물이자 위압감을 조성하는 피부 침습 행위라고 생각하는가? 혹시라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인터넷 선이 몇십 년째 고장 난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문신 시술은 분명 시술 사후에 의학적 보조를 필요로 하지만, 적어도 의료 행위라고 주객전도(主客顚倒) 식으로 정의할 수 없다. 오히려 성형수술과 같이 정형화된 외곽 수술과는 차별화된 드로잉에 기반한 예술 창작 행위로 보는 것이 마땅한 사회적 합의이자 전 세계가 바라보는 관점이다. 그렇기에 문신업계가 주장하는 이른바 타투 합법화의 골자는 의료법이 아닌 예술 행위의 영역에서 현실에 기반한 법제를 통해 위생 및 통제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합법적으로 문신 시술이 가능함과 동시에 실제로 시술을 할 수 있는 의사는 명동 빈센트 의원 조명신 원장단 한 명뿐이다. 이에 비해 한국타투협회에 따르면 등록된 문신사 수는 2만여 명, 시장 규모는 12천억 원에 육박한다. 피시술자만 하더라도 300만여 명에 다다른다. 지자체 규모의 인구가 불법을 자행하고 3만여 명의 성형외과·피부과 전문의 중 단 한 사람만이 문신 시술이 가능한 실정이다.

지난 3월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54 의견으로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에 대한 현행 의료법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2016년 재판관 72 의견으로 합헌 결정한 것과 비교했을 때 타투 합법화에 대한 유의미한 기류 변화를 관측할 수 있다. 국내 문신 산업에 대한 인식 변화와 성장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는 올해 초 타투 합법화를 저지하기 위해 TFT를 구성하는 등 시대착오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 건강권 보호라는 이름으로 수십 년째 일관된 그들의 주장은 되려 국민의 건강권을 방치하는 돈키호테의 재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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