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무슨 대학도서관인가? 유령의 집에 과연 대학도서관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가? 도서관이 단지 공부방으로 전락하고, 사서들이 서고 지키는 일에 머무는 현실...”

오늘날 대학도서관을 묘사한 것 같은 이 글은, 사실 한 세대 전인 1995A국립대 도서관의 현실을 비판한 글이다. 한 미국 사서가 2009년에 출간한 책에도 비슷한 표현들이 나온다. ‘참고봉사의 죽음’, ‘아무도 없는 어둑어둑한 공간’, ‘대출 책 수의 급감’, ‘근로학생만으로 운영’.

이처럼 오래되고, 세계적인 문제지만, 그동안 구성원의 노력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이용자가 느낄 만큼 도서관이 크게 변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코로나19 사태로 더 나빠진 면도 있다. 우리 도서관도 대출은 매년 줄어들었고, 도서관에 와 본 적 없는 학생이 많다는 소문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예산이 없다는 하소연이 무색하게 서가에는 대학도서관의 정체성에 맞지 않은 책이 너무 많았다. 열람실 환경은 열악하고 지하식당은 몇 년째 비어있다. 달러 환율 급등으로 도서관 예산의 80%를 차지하는 전자정보원 구독에도 비상이 걸렸다. 재정 여건상 추가 예산 지원을 바라기보다는 다른 해법을 찾아야 했다.

예산 문제는 기부금, 산학협력단과 국고 지원을 통해 해법을 찾고 있다. 본부는 한 독지가의 기부금 10억 원으로 3층 열람실의 환경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한 이용자 설문조사도 진행 중이니 이용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업체 부담으로 1층 로비에 카페를 입주시키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대학도서관을 보면 책의 무덤이 연상되기도 한다. 체온을 잃은 도서관에 책이라는 따뜻한 피가 돌게 하려면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야 한다. 올해 도서관은 어디를 보건 좋은 책이 늘 눈에 띄게 하자는 목표로, 신입생, 주목신간, 영화OTT 코너 등 22개의 다양한 기획서가를 마련했다. 자원과 예산 절약을 위해 시설과 집기는 재활용했다. 대신 서가를 채울 좋은 책은 실제 수요에 맞춰 많이 사들였다. 꼼꼼히 살펴 책을 사고 너무 비싼 책은 사지 않는 방법으로 예산을 확보했다. 앞으로 모든 강좌의 교재 책 수도 늘려갈 계획이다. 도서관 기금으로 휴게 공간을 넓히고 개선하여 이용자가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것이다.

독서 모임과 문화행사가 활발히 열려서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사람들이 꾸미는 따뜻한 도서관이 되기를 희망한다. 대학혁신지원사업으로 예산을 조달하고 6층에 활동 공간도 만들면 어떨까 생각한다. 온라인 시스템 고도화는 참여 활성화를 위한 필수 조건인데 올해 산학협력단에서 예산 일부를 지원받는다.

4, 5층에는 전문 도서를 모으고 수요가 많은 개인 열람실을 확충해 연구자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평가 기준과 검증 절차를 정비해 연구진흥에 실제 도움이 되는 전자정보원을 선별하고, 산학협력단 지원금으로 환율로 인한 예산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SF소설가 김초엽은 책과 우연들에서 우리 세상에 정답은 없겠지만 나아갈 방향은 있다고 말한다. 여러 불리한 여건에서 산적한 문제를 모두 해결할 방법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조금이나마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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