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열린 2022학년도 하반기 정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의 화두는 방향성이었다. 이날 논의된 세 가지 주요 안건 중 두 가지 안건(학생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 총학생회칙 개정 방향성)에서 방향성에 관한 내용이 언급됐다.

조남철 총학생회장은 첫 번째 안건인 학생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발제하며 참석한 대의원들에게 현재 학생회가 추구해야 할 공동의 목표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의원 중 대다수는 학우들의 권리 보장을 학생회의 공동 목표로 삼아야한다고 답했다. 과거에 비해 학생사회에 관심을 갖는 학우들이 줄어든 만큼, 직접 강의실을 찾아가는 것과 같은 물리적 방법을 통해 일반 학우들이 학생회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성용 부총학생회장은 학생회를 직접 구성하고, 학생사회에 관심이 많은 우리 (학생대표자들)의 입장이 아닌 일반 학우의 입장에서 어떻게 학생회가 나아가야 하는가를 생각해야한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반면 전학대회에서 학생회의 방향성을 논의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는 대의원도 있었다. 해당 대의원은 학생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전학대회에서 몇 시간 동안 방향성을 논의한다고 (학생회가) 바뀌는 것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방향성에 대한 논의도 충분히 필요하지만 의결을 진행하는 회의체인 전학대회에선 실리적이고 눈에 보이는 부분들을 논의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총학생회칙 개정은 현 총학생회인 REBOOT가 선거운동기간부터 내세운 주요 공약 중 하나다. 총학생회가 제공한 전학대회 발제문에서도 총학생회칙 개정을 통해 과거 학우들을 하나로 묶었던 공동 목표이자 학생회의 동력으로 작용했던 민주화 운동의 명분에서 벗어나 지금의 학우들이 동의할 수 있는 새로운 공동 목표를 회칙에 담으려는 총학생회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전학대회의 첫 논의안건으로 학생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상정한 것 역시 학우들이 동의할 수 있는 학생회의 새로운 공동 목표를 찾아 회칙에 반영하고자 하는 총학생회의 집념이 반영된 결과였다.

한편 이번 전학대회에선 학생회의 방향성과 함께 총학생회칙 개정의 방향성에 관한 논의만 이뤄졌을 뿐 실질적인 총학생회칙 개정안에 대한 의결은 따로 진행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총학생회칙의 개정안이 전학대회에서 발의의결되는 것을 고려했을 때 전학대회에서 총학생회칙에 대한 방향성만이 논의된 것은 이례적이다. 총학생회는 전학대회 이후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회칙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개정안을 발의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학우 모두에게 개정 취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좋은 방향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임기 내 개정을 진행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었던 하반기 전학대회를 개정 방향성에 대한 논의의 장으로 활용한 상황에서 총학생회는 현재 총학생회칙 개정의 실현방안으로 학생총회와 총투표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총회와 총투표가 우리 대학 재학생의 1/10 이상의 참석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실현가능성을 100% 장담하긴 어려운 만큼 임시 전학대회의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중앙운영위원회를 통해 총학생회칙 개정 TF팀을 꾸린 이후, 지금까지 개정에 관한 내부 논의를 이어온 총학생회의 남은 임기는 약 두 달. 이제는 방향성 논의에서 벗어나 총학생회칙 개정에 대한 결론을 지어야할 때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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