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주 (사과대·국무17)
이승주 (사과대·국무17)

4학년이 되기 전까지 운 좋게 3곳의 기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가장 최근에 다닌 회사는 인천 송도에 위치해서 매일 새벽 통근버스를 탔는데, 이를 위해서는 5시에는 일어나야 했다. 이후 개강을 맞이했고 1교시가 일주일에 3번이나 있었지만 출근 전쟁을 생각하면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비교적 저학년에 다양한 직장을 경험하면서 느낀, 평생에 다시 돌아오지 않은 꿀 같은 대학생활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야기하고 싶다.

과제를 제외하고 단순 학점 수로만 계산하면 대학생은 보통 15~20학점을 신청하고 주 20시간 정도를 수업을 듣는다. 반면, 직장인들은 최소한 주 52시간을, 현실적으로는 주 50에서 70시간 정도를 직장에서 보낼 것이다. 바쁜 지옥철을 뚫고 사무실 책상에 8시간 앉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직장인은 돈을 받고 일하기 때문에 본인의 성과를 스스로 증명해야 하고, 저성과자는 도태된다. 대학생도 중간, 기말고사와 과제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막대한 학비를 지불하고 대학으로부터 교육 서비스를 받는 입장이기에 매일 결석을 하고 F학점을 맞더라도 누구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규정에 따른 학사경고와 성적표 정도가 본인이 감당할 문제다. 아직 학생이라는 이유로 실수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또한 대학생은 본인에게 주어진 하루 24시간을 스스로 계획하고, 생각하며 주체적으로 살 수 있다. 수강신청이 어렵지만 듣고 싶은 수업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 회사에서는 업무는 물론 조직의 일정과 규율이 있기 때문에 대학생보다는 자유로운 생활이 어렵다. 여기에 더해 학생은 방학도 있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합치면 무려 4개월 반에 해당하는 정말 긴 시간이다. 어떤 회사에서도 1년에 연차를 100일 사용하는 사람은 본적이 없다.

그럼 이 많은 시간동안 무엇을 하면 좋을까? 다양한 선택지가 있지만 가장 좋은 일은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돈은 나중에 졸업 이후에도 많이 벌 수 있지만 대학생처럼 여행갈 수 있는 시간이 많은 시기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가서 무엇이 남느냐’, ‘차라리 맛있는 것을 사먹지라며 반문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손목에 채워진 비싼 애플워치도, 인스타 업로드용 맛집과 카페도 좋지만 대학생으로서 더 오래 남는 것은 머리에 남는 기억과 가슴에 깃든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물건이야말로 감가상각돼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고 아무리 비싼 음식도 금방 소화되기 때문에 아무것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비단 여행 뿐만 아니라 경험이 남는 학생회, 대외활동, 인턴, 봉사활동 어떤 것도 상관 없다. 배우고 싶은 외국어, 코딩 공부는 물론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책을 읽어도 좋다. 꿈이 있다면 전문직 시험에 도전할 수도 있으며, 혹여 실패하더라도 남는 것이 있다. 사회에서는 뒤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고, 또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버겁기 때문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

퇴사할 때마다 회사 선배들이 학생때가 제일 좋을 때다라고 말하며 심지어 부러워하는 경우도 보았다. 수 백대 일의 경쟁을 뚫고 이른바 신의 직장에 다니시는 분들이 하는 말이라 당시에는 공감이 되지 않았다. 새로운 것을 도전하기에, 좋아하는 일을 하기에 가장 좋은 시점은 바로 지금이다. 막 휴가를 시작하거나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면 평생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휴가를 의미 있게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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