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아 소설가
정한아 소설가

2022년 건대 문학상 소설 부분에 응모된 작품은 총 다섯 편으로, 인상적으로 본 작품은 <늪의 구원><헤나와 초록색 괴물>이었다.

<늪의 구원>은 일명 고시원 생활 연대기로 경제적 곤고함이 공간의 문제로 치환될 때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는지, 그 위협이 개인을 어떻게 잠식시키는지를 위트 있는 문장으로 그려낸다. 서사적 활력이 있는 작품이라 일단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고시원이라는 공간과 그 활용이 이미 지난 세대의 그것이라는 점이 아쉬웠다. 소재와 주제의 변주를 고민해보면 좋겠다. 해 아래 새로운 이야기란 없지만, 시대의 변화 속에서 우리의 감성은 진화한다. 그것을 반영하는 것이 좋은 소설이라 할 것이다.

<헤나와 초록색 괴물>SF 장르의 소설이다. 최근 장르 소설에 대한 관심으로 많은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지만 그 중 제대로 쓰인 문장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낯섦이 기본기를 상실한 기발함이나 엉뚱함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 <헤나와 초록색 괴물>은 안정적인 문장과 캐릭터 설정, 구성 능력을 보여준다. 디스토피아 세계의 길목에서 만난 헤나와 초록. 이들은 함께 길을 가면서 이제 사라졌다고들 하는 의사소통의 기능 이해의 단계에 이른다. 이들이 주고받은 마음, 그리고 그 끝에 남은 초록의 감정이 무척이나 생생해서 손에 잡힐 듯 하다. 비록 인간을 잡아먹는 초록 괴물이라는 설정, 인간성을 상실한 주인공 초록’, 어떤 인간보다 인간적인 휴머노이드 헤나는 얼핏 기시감을 느끼게 하지만, 작가가 그들을 통해 전하는 마음과 감정, 소통의 문제는 지금 이 시대의 화두로 유효하다. 작품이 지닌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여 고민이 길었는데, 앞의 것에 무게를 두고 <헤나와 초록색 괴물>을 가작으로 정했다. 필자 역시 20여년 전 (믿어지지 않는 시간이다) 건대신문 문화상 가작으로 뽑히면서 작가의 꿈을 키웠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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