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수(공과대·기항공19)
정혜수(공과대·기항공19)

좋아하는 것들은 왜 이렇게 빨리 사라질까요. 아주 오래 좋아했던 가수의 신곡이 나온 걸 알면서도 들을 생각을 안 하고, 여름을 좋아했던 것도 같은데 더위에 짜증을 내고 있다는 걸 알아챌 때 기분이 이상해집니다. 어떻게 좋아했단 사실조차 잊어버릴 수 있을까요. 그렇게 좋아했던 것들이 어떻게 더 이상 아무 감흥도 없어질 수 있고 그렇게 좋아했던 것들이 없어졌는데 저는 또 그걸 알아차리지도 못 한 채로 아무렇지 않게 지내고 있었을까요. 피아노를 이틀만 못 쳐도 손이 근질거릴 때가 있었는데 집에 있는 키보드엔 저도 모르는 새 먼지가 두껍게 쌓였습니다. 극본 읽는 걸 좋아했는데 안 읽어 버릇하니 다시 읽을 생각을 안 합니다. 배우고 싶던 운동이 많았던 것 같기도 해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심사가 옮겨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도 때때로 그게 아쉽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집중하고 열정을 보이는 것들이 훗날 저에게 아무런 의미조차 없을까 싶어 가끔 무서워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게 떠날까봐 전전긍긍하는 것보다는 그 순간이라도 더 열심히 좋아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좋아하는 것들이 사회적인 기준에서 제가 해야 하는 것들과 괴리가 있다고 해도 그런 것들을 소중히 하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그렇지 않다면 더 이상 뭐가 중요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등학생 때만큼 열정을 보이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매년 문화상에 제출할 글을 쓰면서 그 애정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건대신문과 심사해주신 작가님,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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