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시인
박성현 시인

올해 건대신문상 시부문에는 총 52편이 응모되었다. 작년에 비해 다소 줄어든 수치지만, 작품의 밀도는 어느 때보다 단단하고 무거웠다. 무엇보다 대상을 주의 깊게 바라보는 정밀하고도 섬세한 응시와 뛰어난 언어 감각, 이미지의 독특한 운용은 이번 작품들이 도달한 평균적 성취다. 아울러 가벼운 스케치에 그치거나 자의식의 낭만적 과잉으로 점철된 작품보다는 뚜렷한 주제의식과 정확한 문장으로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산출한 작품이 많았다는 것도 특징이다. 여기에 더해 ()-주체화되어버린 현대사회를 적극 반성하고 이를 투사한 작품도 있었다.

숙고한 결과 10개의 작품을 최종심에 올렸다. 타자에 대한 자신의 윤리적 태도를 반성하는 기억조각, , 메트로폴리탄의 삭막하고 낯선 이미지를 투명하게 포착한 서울 풍경, 죽음조차 실존임을 강렬한 리듬으로 밀어낸 내가 죽던 밤, 민들레 꽃씨의 백색 이미지를 눈과 서정으로 잘 버무린 , , ., 자신의 주변 모습과 이에 투사된 생활을 투박하지만 정갈한 산문체로 표현한 과거 동경등을 비롯해 존재감 없는 밤공기에 주목함으로써 소소하고 지극히 사소한 것들의 코르푸스를 되살린 밤길, 자신의 정체성과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선언하면서 우리 사회 청년의 혼란과 고민을 과감하게 풀어낸 정의, 경계 그리고 규격화, 신화를 매개로 한 SF적 상상력의 천둥과 용기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들은 문장의 적극성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충분히 발아(發芽)시키지 못한 측면이 아쉬웠다.

필자는 고심 끝에 김장철을 당선작으로 정했다. 그대들은 부모, 나는 당신들의 자식子息입니다도 뛰어난 직관과 감각으로 대상-세계를 포용하고 있지만, 다소 모호하고 추상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시는 생활과 실존에 대한 자각과 이를 넘어서려는 의지가 전부임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김장철로써는 삶을 꾸리기 힘든 그 절박함이 핍진하게 그려져 있다. 형편상 어쩔 수 없이 시집을 태워야 하는 현실과 시집을 담았던 상자조차 버무린 배추를 담아야 하는 상황의 대비가 강렬했다. 특히 오늘밤 우리는 참으로 곤히 잘 수 있다, 그러니 / 이제 다 된 것 아니겠는가라는 마지막 문장에는 이 모든 것을 이겨내려는 혹독한 자기 인식 또한 담겨 있다. 이때 는 거침없이 확장되는바, 자신의 전공과 이념을 살리지 못하는 청년들이 너무도 많다.

시를 쓴다는 것은, 자신이 걸어왔던 시간들을 돌아보고 내면화하는 작업이면서 동시에 사물의 보이지 않는 심연에 다가서는 일이다. 시란 본질적으로 의 특별한 언어다. 이를 통해 타자와의 경계를 거침없이 확정하며, 이로써 타자의 있음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있음어떻게로 통찰되며 이때부터 시-쓰기가 가능해진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다른 학생들에게는 격려의 말을 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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