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는 올해도 신입생을 맞이하게 됐다. 이번 학기부터는 교양과목이 개편되고 다수 신설되어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취업 준비로 바빠질 대학교 생활에서 교양은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학생들은 고등학교 시절의 좋거나 나쁜 기억을 뒤로 하고 이제 대학에 첫발을 내딛었다. 앞으로 4년이라는 미래가 이들의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4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서 젊은이들의 삶과 운명이 바뀌게 될 텐데, 바로 이 시점에서 물어야 하는 질문이 있다. 과연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성공이나 출세, 돈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이다. 세상을 다 가졌다고 해도 스스로가 행복하지 못하다면 그러한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반면 로마 시대의 철학자 에피쿠로스처럼 세상에 가진 것이 하나 없어도 기쁘고 즐거운 삶을 살 수는 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아직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기는 어렵다. 내가 누구인지, 삶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학생들은 초등학교로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왔다. 학교 수업과 학원, 공부, 시험이 삶의 전부였던 시절이다. 그저 막연하게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면 더 나은 삶이 시작될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이다. 마침내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잃어버렸던 자신을 되찾는 일이라고 말해진다. 어쩌면 너무 오랫동안 방치했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어디에 놓아두었는지 기억조차 하지 못할 수도 있고, 어두운 골방에서 먼지 아래에 파묻혀 녹슬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GPT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는 질문을 잘 만들어 제시해야 괜찮은 답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질문을 던져보기로 하자. 우리에게 잃어버릴 자신()이 있기는 했던 것일까? ‘라는 것은 원래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통해서 점차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다. 그런 질문을 통해서 없었던 내가 생성되는 것이다. 나의 나 되기가 교양 공부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중세의 고행자들은 진정한 자기를 찾기 위해서 도시와 가족을 떠나 황량하고 고독한 사막으로 떠나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 여러분들은 교양과목을 통해서 자신을 향한 여정에 오를 기회를 얻는 것이다.

대학에는 다양한 전공이 있으며, 전공의 우물을 열심히 파면 직업과 명예, 그리고 성공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재물과 성공이 인생 행복을 100퍼센트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그 자리에 정작 자기 자신은 없다면 어쩌면 최악의 삶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나의 삶이 아니라 남의 삶, 노예의 삶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좋은 삶은 점수나 돈으로 정량화되거나 획일화되지 않는다. 남이 원하는 삶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이어야 좋은 삶에 가까워질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삶을 기쁘고 아름답게 만들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자기 자신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건물을 올리듯이 자기 자신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야 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지 않으면 보물이 아니라는 속담이 있다. 지식과 재산, 명예가 넘쳐도 자기 자신이라는 중심으로 꿰어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교양과목은 자기 형성의 학문이다. 교양과목과 더불어 자신을 새로 발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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