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현 학우(문과대·미컴18)
유종현 학우(문과대·미컴18)

건대신문 지면이 학생회관 앞에 쌓여있다. 애석하게도 낯설지 않다. 우리는 학사 정보가 필요해지면 주변 지인이나 에브리타임부터 찾는다. 건대신문의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잠시 추상의 층위를 높여보자. 신문은 사양 산업이 맞다. 그렇다면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이 약해졌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언론사의 콘텐츠는 끊임없이 진화 중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정제해 통찰력 있는 분석으로 진실을 이끌어낸다. 동시에 올드 미디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터랙티브 기사와 뉴스레터 등 다채로운 보도 방식을 시도한다. 오늘날 주요 일간지는 여전히 오피니언 리더로서 존재하며 우리 사회의 어젠다를 좌우한다. 과연 건대신문에게도 탈출구가 있을까? 지난 37일 발행된 제1386호에서 그 가능성과 개선점을 찾아본다.

<학생식당 입찰의 현위치, 어디쯤 왔나?>, <우리 대학은 왜 총학생회 선거를 3월에 하나요?>는 학우들의 의문에 기자가 기민하게 반응한 기사였다. 정상화된 학생회관 학식을 조명하면서도 감감무소식이었던 학생회관 지하 1층 학식과 상허기념도서관 학식의 현황을 전달했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학우들의 궁금증에 응답한 것이다. 재보궐선거 사유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가르는 중요한 정보다. 보도 당시 예정돼 있던 총학생회 재보궐선거의 배경을 몰랐던 신입생과 학우들을 위해 시각화 자료와 함께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신설된 심화 교양 과목을 다룬 기사는 시의성에서 아쉬웠지만 수강신청 때마다 고민하던 학우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기사의 심층성을 생각해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 격주마다 발간하는 학보사도 있지만 건대신문은 월간 발행 방식을 취하고 있다. 교내 취재에 할애하는 시간만큼 대학 커뮤니티에서 보지 못한 통찰이나 참신함이 따라줘야 한다. 앞서 좋은 사례를 소개했지만 지면 전체를 같은 수준으로 다루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그래서 사회 뉴스의 보도 비율 확대를 권해본다. 대학 언론의 역할이 학사 소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학생만의 시선으로 기성 언론이 놓친 약자들을 조명하고 사회적 의제에 청년의 목소리를 제시할 수 있다. 이는 전혀 새로운 시도가 아니다. 건대신문 누리집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과거 선배들이 사회에 던졌던 함의를 돌아볼 수 있다.

디지털 뉴스 강화라는 체질 개선을 제안한다. 7일 지면 출고 이후 건대신문의 새로운 기사는 단 2건이다. 한 달마다 발행되는 건대신문이 자칫 학내 이슈의 후발 주자가 될 수 있다. 방송 뉴스에서 디지털 뉴스로 중심을 옮긴 SBS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SBS는 기사가 완성되는 대로 회사 SNS에 먼저 보도하고 방송 뉴스는 업로드된 콘텐츠 중에서 골라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건대신문도 이처럼 선 디지털 후 지면방식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위의 글이 무색하게도 건대신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관심과 격려라는 것을 잘 안다. 임나린 편집국장의 <내가 남을 알지 못함을 걱정하라> 속 다짐은 기자에게 필요한 자세지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방치된 신문과 저조한 조회수 앞에서 스스로 무너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지나가다 쌓여있는 신문 한 부를 집어 오타나 비문은 없는지 노심초사하지 않았는가. 그것은 타인의 관심과 별개로 자신의 글과 일을 아직까지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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