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출입이 어려웠던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오래도록 학생회관 지하 2층 구내식당 영업이 중지되었었다. 그곳에서 파는 국밥 맛이 좋았던 기억이 나서 아쉬워하면서 하루빨리 코로나 시국이 종결되기를 바랐는데, 다시금 대면 수업이 시작되고 교정에 학생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넘치기 시작한 때에도 어쩐 일인지 식당의 문은 굳게 닫힌 채로 있었다. “학식을 먹다가 지각했습니다.” 새 학기 수업 시간에 지각한 신입생이 겸연쩍어하며 해맑은 얼굴로 근처에 있는 이웃 대학교의 학식을 먹다가 지각했노라고 솔직한 이유를 댔다. 그 말을 들으니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든다.

대학의 학생식당은 학생들이 촘촘한 강의 사이 짧은 틈새 시간에, 혹은 공강 시간에 언제라도 와서 얼른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학생들의 가벼운 주머니와 한창 잘 먹을 나이인 젊은이들의 왕성한 식욕을 충분히 감안하여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배식판 가득 밥과 국, 반찬을 담아주니, 비단 학생들뿐만 아니라 우연히 대학교에 들른 방문객들에게도 아직 대학의 낭만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 학생식당인 것이다.

필자가 대학 시절에 출출할 때마다 즐겨 가던 곳은 짜장면과 쫄면, 잔치국수 같은 면류를 팔던 단과대학의 구내식당이었다. 여기서 파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짜장면은 그때 돈으로 5백 원이었는데 그 당시 학교 바깥의 식당과 비교해도 이미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었다. 고기가 많지 않았어도 충분히 맛나고 가격도 착해서 이 짜장면 한 그릇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남은 약간의 돈으로 커피우유를 사 먹으면 왠지 헛헛한 오후, 불안한 청춘의 한때가 조금 달래지는 듯했다.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대학의 학생식당은 여전히 청춘의 한가운데 있는 학생들이 부담 없이 선후배들과 가벼운 음식과 담소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이며, 빡빡한 강의 시간표 속에서 혼자 가서 먹더라도 시간에 쫓기지 않고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최근에 물가가 크게 오르고 학생들의 용돈에서 외식비 지출 비중은 더 커졌다. 점심밥 한 끼라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도록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구청 식당이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고도 하고, 일 인분의 반을 제공하는 반값 메뉴의 출시는 가볍게 한 끼를 해결하고 싶은 청년들의 선호도를 반영한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정부가 천원의 아침밥사업 규모를 확대한다는 희소식도 들린다. 정부가 천 원을 보조하고, 나머지 금액은 대학교에서 자체로 부담하는 식이다. 학교 측의 부담은 크겠지만, 그렇게 되면 학생들이 구내식당에서 천원으로 오전의 허기를 채울 수 있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천원의 식사까지는 아니더라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있는 음식을 제공해주는 학생식당이 본교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에게는 큰 기쁨과 위로를 줄 수 있을 것이다.

학생식당의 운영을 맡을 업체의 입찰이 최근에 결정되었다. 한창 자라는 청년들이 밥값 걱정 안 하고 배불리 먹으며, 함께 먹는 음식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느낄 수 있는 학생식당이 되길 바란다.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누릴 수 있는 따뜻하고 푸짐한 밥 한 끼가, 지금처럼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대학생들이 만끽할 수 있는 몇 남지 않은 대학의 낭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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