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정 학우(문과대·문콘23)
권민정 학우(문과대·문콘23)

필자는 버스 맨 뒷자리에 즐겨 앉는다. 그 자리에서는 의도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이 보이는데, 최근 목격하고 놀란 장면이 있었다. 바로 웹툰을 보는 사람들의 행동이었다. 물론 버스에서 웹툰을 보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놀란 부분은 사람들이 웹툰을 보는 속도였다. 대부분이 웹툰 화면을 켠 지 몇십 초 남짓 되는 시간 만에 마지막 컷으로 도착했다. 스크롤은 끊기지 않았다. 그리곤 모두 여유롭게 댓글 창을 정독한다. 웹툰은 본질적으로 그림과 텍스트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다. 즉, 텍스트를 이해해야 웹툰의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인의 특징인 '빨리빨리 문화'를 떠오르게 한다. 빨리빨리 문화는 우리나라를 성장시킨 원동력이었다. 빠른 일 처리로 급속한 산업화가 이뤄졌고,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됐다. 해외 사람들이 한국에 오면 모두 한국의 빠른 행정 처리에 놀라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웹툰을 빨리 보는 행위는 빠른 현대 사회에 적응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일에 치여 사는 현대인들의 경우, 자투리 시간에 웹툰을 감상해야 하므로 이러한 감상 태도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쓸데없는 부분은 건너뛰고 중요한 부분만 파악함으로써 오히려 작품의 핵심을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도 있다.

다만 모두가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을 찾다 보니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웹툰은 하나의 스토리를 '읽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스토리보단 그림을 위주로 '보고' 끝내버린다. 본다고 해도 미술 작품을 감상하듯 보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듯 보는 방식이다. 특히나 웹툰은 단편이 아니고서야 여러 편을 연재한다. 한 편 한 편이 모여 전체적인 스토리가 만들어지는데, 건너뛰듯 파악한 줄거리가 쌓이면 결국 전체적인 작품 맥락을 파악하는 데 오해가 생길 수 있다.

또한, 빨리빨리 문화는 과정보단 결과를 원하게 했다. 웹툰에서는 '기-승-전-결' 중 기-승을 건너뛰고 전-결만 보고 싶어 하는 태도다. 이는 콘텐츠 시장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독자들이 작품을 대충 감상하면, 작가도 굳이 힘들여 노력하지 않는다. 독자들에게 맞춰 결론을 빨리 내놓는, 그런 획일화된 작품을 제공하게 된다. 무엇보다 독자를 끌어들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짜릿한 임팩트를 계속해서 주는 것이다. 즉, 작가는 자극적인 요소를 대거 배치하게 된다. 일명 '짧고 굵게!' 전략이다. 그러니 깊이 있는 작품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자극적인 작품만 재생산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가 빠른 결과를 요구하도록 변화했기에, 독자들의 패턴이 변한 것도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한다. 다만 점점 범위를 넓혀가는 한국 웹툰 시장이 더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려면 독자에게도, 작가에게도 여유로운 환경이 뒷받침되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제안할 방법이 있다.

웹툰을 뜯어봐 보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님께서 많이 해주시는 말씀이 있다. "작품이 이해가 안 되면 다시 보자지." 현대인의 바쁜 삶, 결말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그래도 한 컷 한 컷 다시 보며 작품을 음미해 보면 어떨까.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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