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아 작가
정한아 작가

응모작 중에서 인상 깊게 읽은 작품은 흐늘흐늘한 것들환의 천재였다. 두 작품 모두 예년에 비해 높은 수준의 통찰을 보여줬고, 정직한 문장, 주제에 접근하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환의 천재는 익숙한 연애담으로 시작한다. 서로를 깊이 사랑하는 두 남녀의 관계는 이들의 아랫집에 펫숍이 들어오면서 균열을 일으키게 된다. 펫숍은 사랑소유라는 오래된 질문을 품고 있는 공간이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를 때, 너를 안다고 할 때, 과연 그 언어는 누구의 것이며 무엇을 소외시키는가. 사랑의 폭력성을 적절한 비유를 통해 드러내고, 과연 관계의 언어란 합의될 수 있는 것인지 되묻는 주제의식이 명확한 작품이었다. 다만 아래층과 윗층, 펫샵과 연인의 집이 보여주는 다소 도식적인 구성이 작품의 함의를 축소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들었다. 여백은 작품의 함량 그 이상의 것이며 주제를 확장시키는 주요한 힘이 될 수 있다.

흐늘흐늘한 것들에는 애완 해파리를 키우는 특이한 주인공이 나온다. 그에게는 두 친구가 있는데, 그들 중 누구와도 마음을 나누지 못한다. 그가 관계에서 또 현실에서 늘 부유하는 인물임을 드러내기 위해 작가는 특별히 공간을 활용한다. 채소공장, 실내낚시터 같은 공간은 그 환경의 특수함으로 인해 일상과 비일상이 교차되며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정당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투명하게 흐느적거리는 해파리. 그것은 결코 규정될 수 없는 존재를 상징하며, 이 소설이 지지하는 유일한 정당함을 보여준다. 해파리가 녹아 사라진 후, 이들 셋은 서로를 비난하거나 묵인하는 식의 소외가 아닌 진정한 대화를 나누고 궁극적 의미에서의 연대와 공감을 이룬다. 이 소설의 장점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사랑이란 무엇인지 그 고유함에 대하여, 잃어버림으로써 되찾는 승화에 대하여 깊이 있는 성찰을 보여준다. 정진하여 더욱 좋은 작품을 쓸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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