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관혼상제라 해서 예식을 통해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각인시키고자 하였다. 관이란 어른이 되는 때를, 혼은 혼인의 시기, 상은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제는 조상에 대한 자손의 기림을 의미하고 있다. 그만큼 이 네 경우가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그렇다는 것은 인생이란 그냥 물처럼 흐르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는 피할 수 없는 몇몇 중요한 시기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제 여러분들은 이 관혼상제에서 관의 시기를 거치고 있다.

중요하다면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법이다. 어른이 되는 이 시점을 철저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10대든, 20대든, 30대든 별 차이가 없다. 어른이 되어도 애나 마찬가지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아주 많다. 권위주의 시대를 청산하자는 시대정신이 만든 역설적인 병폐다. 아무리 평등한 세상이 되었다 해도 애는 애고 어른은 어른이다. 이제 여러분들은 어른의 반열에 올랐다. 어른이면 어른답게 살고 어른답게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가를 철저하게 성찰해야 한다.

우선 내가 인생을 어떻게 펼칠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결정되면 무섭게 달라붙어 해결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이 중에서 먼저 인생을 어떻게 펼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제일 중요하다. 어떤 사람은 장애인을 위해 평생을 바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치유하는데 내 인생을 바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세상을 위해 아름다운 사람이 되겠다고 한다면 뭐든지 좋다. 그런 학생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다음으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이다. 이 문제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간파해야 알 수 있다.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뭐니뭐니 해도 인공지능과 유전공학, 빅데이터, 전기항공기 등 4차 산업이다. 혁명이라 부를 정도로 이 산업은 현재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분야는 인공지능이다. 최근에는 챗GPT라는 것이 나와 기존의 검색기능을 포함해 다양한 것들을 생성해 내고 있다. 심지어 이것을 로봇에 결합시켜 노동시장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모든 것들은 주요 선진국들이 주도해 나가고 있다. 이런 생태계가 형성되면 우리는 평생 그들의 뒤만 쫓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니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이 많다. 얼마나 가슴 벅찬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지 않는가.

그렇지만 4차 산업시대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먼저 기술이 인간을 지배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인간을 위해서 만든 상품이 인간 위에 군림하고 인간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은 2, 3차 산업시대에도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의 이 위기는 이전의 위기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또 하나는 부익부 빈익빈의 격차가 너무 심하여 마치 원시 노예제 사회(?)가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성찰이 절대적이다. 이 시대에 인문학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어쨌든 여러분들은 이제 정말 중요한 시기에 도달했고 참으로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문명의 발전을 추구하되 강물의 번쩍임과 바다의 끝없음과 바람의 속삭임과 사랑하는 사람의 소중함을 결코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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