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품(ready-made)’이란 공급자가 미리 만들어 놓고 수요자에서 공급하는 것으로, 중앙집중형 대량생산 방식의 산업화 세상이 만든 산출물이다. 공급자들은 수요자 개인을 특정하지 않고, 일반적인 대중(mass)’을 대상으로 한다. 기성품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동질성을 중요시한다. 기성품 세상에서는 차이가 있는 것을 불량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옆 사람과 같아야 맘이 놓인다. TV에 나온 맛집을 겨우 찾아가서 기다림 끝에 먹는 음식들과 사진들은 인터넷 사이트의 후기에 올라온 것들과 거의 같다. 이처럼 우리는 같은 음식, 같은 비주얼, 같은 느낌을 갖고 살며, 기성품 속의 ‘One of them’임을 확인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불어 닥친 개인화(personalization) 및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바람은 맞춤주문형 제품을 활성화하고 있다. 이는 대중이 아닌 소비자(개인)’가 원하는 것을 주문하면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이는 생산성보다 다양성을 더욱더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대량생산을 주로 해왔던 삼성전자는 수년 전부터 고객이 직접 디자인할 수 있는 맞춤주문형 비스포크(bespoke)* 가전제품을 출시하여 호평받고 있다. 고객은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색상, 소재, 용량, 기능 등을 선택할 수 있다.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조합의 수는 거의 무한대이다. 이렇듯 맞춤 주문형 제품은 패션, 음식, 여행, 건강 등 생활 곳곳에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우리 각자의 삶은 누군가 대중을 위해 미리 만들어 놓고 그중에 맘에 드는 것을 그저 고르기만 하는 기성품일 수 없다. 우리의 삶은 설계와 디자인도 내가 하고 직접 제작하는 맞춤주문형이어야 한다. 우리는 여태껏 기성교육 시스템 안에서 자라왔다. 특히 초중고 교육은 더욱 그렇다. 기성교육은 개인의 역량이나 취향에 맞춰져 있다기보다는 일반적인 정보나 트렌드를 반영해서 보편(대중)적인 학생을 대상으로 우수한 학생을 육성하도록 만든 것이기 때문에 때론 무난하고, 유익하지만 분명히 한계가 있다. 기성교육을 받은 우리는 유사한 지식과 경험을 쌓게 되며, 유사한 모습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래서 기성교육은 우리를 기성품 인간처럼 만든다. 마치 진열장의 마네킹처럼 전후좌우에 나와 비슷하게 사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기성품이 아닌, 내가 원하는 맞춤주문형 삶을 살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대중을 위해 미리 만들어 놓은 기성품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는 습성을 탈피해야 한다. 비슷비슷한 삶을 사는 대중이 아니라 를 호출해야 한다. 최근의 비스포크 제품처럼 우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서 그것을 설계하고 주문 제작해야 한다. 그래야 대중을 위한 기성품 세상이 를 위한 맞춤형 비스포크 삶으로 변해갈 것이다.

또한 우리의 태도도 바꿔야 한다. 보편적으로 좋다고 하는 것들, 전망이 밝다고 하는 것들이 나에게도 그런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이제는 에게 잘 맞는 것을 찾아내야 한다. 단순한 정보나 주위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들을 무조건 사실로 받아들이지 말고, 나에게도 유효할지를 많은 조사와 상담,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성교육이 제공하는 제한된 선택영역을 넘어, 다양한 세상에서 내가 원하는 맞춤형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 시작이 이제 대학생활부터이다. 고르는 방식에서 주문 제작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내가 직접 짠 시간표로 다양한 교수님의 다양한 전공과 과목들을 수강할 수 있고, 캠퍼스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가 있다. 이를 기성교육과 함께 조합하면, 나만의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으로 학습할 수 있다. 내 삶은 내가 원하고, 설계한 대로, 잘하는 일을 하면서, 사회에 기여하고 행복과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보편적으로 우수한 기성품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다. 원래 기성품 인간은 없다. 우리 각자의 생김새와 모양이 다르듯, 우리 각자의 삶은 비스포크 맞춤 제품처럼 무한 가지 조합 중에 만들어질 수 있다. 누가 뭐래도 내 삶은 맞춤 주문형 비스포크다.

 

* ‘맞춤 제작하다, 주문하다라는 뜻. 주로 맞춤 정장이나 맞춤옷에 쓰이는 패션 관련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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