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합법’ 다단계 업체는 암웨이, 웅진코웨이, 하이리빙 등을 포함해 70여개이며 총매출액은 1조 7천억원이 넘고 판매사원은 3백만 명 이상이다. 가히 ‘다단계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하다. 그런데 ‘다단계 공화국’은 대학생들에게 가혹하다. 공정거래위원회(아래 공정위)의 <대학생들의 다단계판매에 대한 인식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학생 1,126명 중 13%가 다단계 권유를 받았으며 그 중 18%가 판매사원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판매사원의 일부는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해보기도 전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대학생들이 왜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신용불량자가 되었을까? 대학생들을 신용불량이라는 늪에 빠트리는 피라미드식 불법 다단계(아래 불법 다단계)의 문제점을 알아보자.

불법 다단계의 가장 큰 문제는 끊임없이 외부에서 신규 조직원을 끌어들여야만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최우성 사무국장은 “건전한 다단계판매라면 제품 판매에 집중하지만 불법 다단계는 제품 판매보다는 신규 조직원을 모집하여 얻는 이익에 집중한다”며 “불법 다단계는 하부에서 계속적으로 피해자가 발생하게 되는 폐쇄형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불법 다단계는 대학생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먼저 불법 다단계는 대학생들의 인간관계를 완전히 파괴한다. 우리대학 김시월(상경대ㆍ소비자정보) 교수는 “다단계판매는 주로 인맥에 의존한다”며 “특히 다단계 판매원들은 우리 사회의 끈끈한 연고주의를 이용해 지인들을 판매조직에 가입시켜 대규모 피해를 양산하고 나아가 인간관계를 파괴한다”고 지적했다.

그 밖에 불법 다단계로 인해 대학생이 겪는 경제적 피해도 심각하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불법 다단계업체의 거짓말과 일확천금의 유혹에 이끌려 빚을 지고 다단계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우성 사무국장은 “방학 끝날 때쯤 학자금 대출을 이용해 다단계에 뛰어들었다가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결국 사회 초년생인 대학생들이 ‘불법 다단계의 먹이감’으로 전락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공정위 설문조사에서 60% 이상의 대학생들이 다단계 관련 법, 구제 제도 등에 대해 “모른다”고 응답할 정도로 불법 다단계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부족하다. 이에 대해 김시월 교수는 “대학생이 다단계의 위험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한다”며 “불법 다단계 권유를 받았을 때 유혹에 빠지지 않고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대학생 스스로 불법 다단계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많은 학생들에게 알리려는 노력이 서서히 싹트고 있다. 지난 6월 서울여대 동아리 'SIFE'가 직접판매조합과 공정위와 연계하여 ‘다단계판매, 꼭 알아두세요!’ 세미나를 진행한 것이 그 예다.

세미나를 주최한 서울여대 전길아(정보미디어대학ㆍ멀티미디어학과4) SIFE 회장은 “다단계를 통해 한 번에 큰돈을 버는 것보다 바르게 번 돈이 더 가치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며 “대학생이기에 더욱 올바른 경제관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당신은 불법 다단계에 속아 일확천금의 꿈을 꾸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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