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비언, 우리가 잘 몰랐던 그녀들의 이야기

1995년부터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등의 대학을 중심으로 동성애자 모임이 결성되기 시작했다. 현재 수도권 지역 대학 동성애자 커뮤니티는 우리대학을 포함하여 대략 30여개. 이중에는 이화여대, 성신여대뿐만 아니라 남녀공학 대학의 레즈비언들만이 모인 커뮤니티도 존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성애자들은 막연하게 레즈비언들이 우리와 ‘매우 다른 사람들’이라고 상상한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이성애자 여성들과 얼마나 다를까?

한양대학교 이반(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는 T양은 흔히 보는 여대생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뒤로 단정하게 묶은 머리와 스커트 차림에 재밌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그녀. 짧은 머리에 특이한 옷차림을 한 ‘남성 같은 여성’의 모습이 아니다. 염세주의자의 모습도 아니다. T양은 이성애자를 대하는데 어려움이 없느냐는 질문에 “어차피 사회에서 마주쳐야할 사람들이니 크게 불편하지 않다”고 당당하게 대답했다. T양과 같은 커뮤니티에서 활동 중인 R양은 “커뮤니티를 알기 전에 학내 동아리 활동도 했었다”며 “과 친구들과도 가깝게 지낸다”고 말했다. 이렇게 활기 넘치는 그녀들도 완전히 커밍아웃을 한 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떳떳하게 드러내고 활동하는 레즈비언도 있다.

바로, 지난 18대 총선에서 종로구에 출마한 최초 커밍아웃 레즈비언 정치인 진보신당 최현숙(52세) 활동가이다. 그녀는 늦은 나이에 가족들에게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솔직하게 밝히고 전부터 하고 있던 사회활동에 더 몰두하고 있다. 그녀는 동성애에 대한 그릇된 시선에 대해 “단일ㆍ순혈주의 의식에서 파생된 사고가 다른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를 형성했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가능하다면 더 젊은 시기에 이성애 중심주의를 탈피한 다양한 성애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동성애를 혐오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부정적 견해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자기성찰을 해보라”고 충고했다. “편견의 본질을 자신이 직접 구체적으로 알아보지도 않고, 매체에서 내보내는 단편적인 내용만을 믿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동성애에 대한 우리대학 학우들의 반응은 대부분 ‘존재를 인정한다’는 쪽이다. 백종민(예문대ㆍ산업디자인2)양은 “친구가 동성애자라고 밝힌 경험이 있어 많이 놀랐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은 같을 것이기에 이해하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특별한 경험이 없는 학우들에게 ‘주변 사람이 동성애자라고 밝혀왔을 때 어떠할 것 같은가’라는 질문을 했을 때 대부분 ‘거리감을 느낄 것’이라고 답했다. 동성애자인권연대의 한 레즈비언 활동가(28세)는 이에 대해 “편견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모르던 사실을 말한다고 기존의 인간관계가 달라지는 건 없다”며 “솔직하게 털어놓기 전까지 겪었을 그 사람의 심적 고통을 헤아린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R양은 말한다. “우리는 그냥 좋아하게 된 사람이 동성일 뿐이며, 만나다가 좋은 감정이 생기는 건 모든 사람이 똑같다”고. 동성애를 정신질환으로 보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동성애를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으로 이해할 때, 레즈비언을 비롯한 동성애자들에게 붙어있던 ‘소수자’라는 꼬리표는 떼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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