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은 물론이고 대동강 물이 녹는다는 우수도 벌써 지나고 개구리가 뛰어나온다는 경칩이 다가올 정도로 봄기운이 완연하지만, 온통 흉흉하고 암울한 소식들뿐이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보도하는 외신이 단 하루도 쉼 없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리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대립과 갈등으로 인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과 독립영화 <워낭소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이 시대가 겪고 있는 정신적 공황의 반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우리가 믿고 따를만한 지도자가 드물고 진정한 감동이 희귀한 세상이다.

대학가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경제난을 이유로 대부분의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했지만 학생들의 어려움은 여전하고 만성적인 청년실업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대학의 존재이유는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갈 동량을 양성하는 사명에 있다. 해방 이후 우리의 선배 대학인들은 남북분단, 동족상잔, 일당독재, 군부독재 등의 온갖 참담한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산업화와 민주화의 역군을 길러냄으로써 조국 선진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당연히 이 시대의 대학인은 작금의 경제위기와 정치사회적 갈등에 흔들리지 말고, 모진 비바람 속에서 어린 싹들을 키워내는 정성으로 새 학기를 맞이해야 한다. 바로 오늘 3천3백명이 넘는 09학번 새내기들이 장안벌을 새로운 생명력으로 요동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장안벌에 입성한 새내기들을 뜨겁게 환영하면서 꼭 한 가지 당부하려고 한다. 대학은 넓게는 인류와 나라의 미래, 좁게는 개인의 장래를 준비하는 곳이다. 당연히 대학인은 세상을 내려다볼 만큼 폭넓은 시야 그리고 그 누구와도 겨룰 수 있는 실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4년이란 세월은 결코 길지 않다. 입시지옥에서 막 벗어난 새내기들에게는 가혹하게 들리겠지만, 오늘의 입학식은 대략 70-80년 계속될 마라톤의 출발점이다. 여러분의 4년이 세계와 국가 그리고 여러분 개인의 70-80년을 좌우할 것이다. 이 사실을 명심하길 거듭 당부한다.

日新又日新이라는 말처럼 새해, 새봄, 새 학기, 새내기는 새로운 출발과 다짐의 계기로 작용한다. 건국가족이 09학번 새내기들과 함께 새롭게 도약하여 국내외의 위기와 혼란을 극복하는 데 선봉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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