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의사결정방식 문제, 현행체제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듯

우리대학의 농구부, 야구부, 축구부 폐부 논란이 학부모들과 동문들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대학본부 측의 방침이 철회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3월 25일 열린 체육위원회의 폐부결정 과정에서 명확히 해명되지 않은 부분이 존재해 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다.

지난 24일 저녁 학부모들 사이에서 위의 3개 운동부가 폐부된다는 소문이 퍼진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진상 확인을 위해 학부모들은 25일 이른 10시 체육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는 행정관 부총장실로 찾아갔다. 학부모들이 회의 참관을 요구하자 체육위원회 위원장인 김우봉 부총장은 학년별 운동부 대표 학부모 12명만 따로 모여 얘기할 것을 제안했다. 12명의 대표 학부모들과 김 부총장 간의 면담자리에서, 내년부터 체육특기생을 뽑지 않고 운동부 활동을 일반 학생들의 생활체육 참여 유도로 전환하려는 계획이 추진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신입생을 뽑지 않겠다는 말은 운동부를 존속시키지 않겠다는 뜻이기에 학부모들은 크게 반발했다.

대학본부 측의 계획을 전해들은 학부모들은 운동부 존속 여부를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우봉 부총장과 박순영 체육부장이 대표로 논의하게 됐다. 행정관 화상회의실에서 이어진 논의자리에 운동부 동문들도 함께 참석하면서 양측의 입장 대립은 더욱 첨예해졌다. 또한, 월간농구잡지 <점프볼>의 누리집에 ‘건국대, 농구부 등 구기운동부 폐부 결정’이라는 기사가 게재된 것이 확인되어 대학본부에 대한 비난은 거세졌다. 축구부에서 활동하는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장래를 책임져주겠다고 해서 자식을 믿고 보냈는데, 폐부는 말이 안 된다”며 “이제 피어나는 꽃들의 미래를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 부총장은 학부모들과 운동부 동문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31일에 체육위원회를 다시 열어 위원들이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결국 폐부결정 이유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논의는 아무런 합의점에 이르지 못하고 끝났다.

26일 이른 10시, 행정관에 다시 모인 학부모들은 대학본부 측의 조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토론한 끝에 결국 총장과의 면담을 통해 사태를 매듭짓기로 하고 총장실로 향했다. 직원들과 실랑이 끝에 총장실에 진입한 학부모들은 면담을 요구했다. 하지만, 총장실 근무 직원들이 답변을 주지 않자 격해진 감정에 일부 학부모들이 과격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김우봉 부총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총장실로 찾아와 “내가 지금까지의 사태를 책임지겠다”고 말하며 학부모들을 설득해 다시 화상회의실에서 좌담을 진행했다.

그러나 김 부총장의 이전과 다를 바 없는 미온적인 태도에 학부모들이 강하게 확답을 요구했다. 결국, 부총장은 “여러분의 분노와 그동안 폐를 끼친 것에 대해 죄송하다”며 “특기생 선발을 현행대로 지속하겠다”고 발언하고 학부모 대표 박종만 씨와 함께 합의문안을 작성함으로써 운동부 폐부 방침은 철회됐다.

하지만, 세 운동부를 폐지하기로 결정을 내린 이유와 정황을 아무런 설명이나 협의도 하지 않은 의사결정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박순영 체육부장은 “2만 5천 건국인의 생활체육을 증진시키고자 체육특기생을 뽑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렸던 것”이라고 체육위원회의 결정이 나오게 된 연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세 운동부의 폐지가 전제된 상태에서 생활체육 활성화가 이뤄져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한편, 대학본부의 한 관계자는 “체육부 운영에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고 학사관리 등의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체제를 유지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라고 밝혀, 앞으로도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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