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늦은 7시. 휠체어를 탄 이, 걸음이 불편한 이들이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노들 장애인 야간학교(아래 야학)의 한 교실에 모였다. 늦은 시간임에도 수업을 듣기 위해 온 학생들 때문에 교실 안은 시끌벅적하다. 이날 수업은 ‘탈시설’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특별활동으로 꾸려졌다. ‘탈시설’이란 장애인이 시설에 따로 떨어져 사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함께함을 일컫는 말이다.

애니메이션반 학생들은 먼저 각자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종이에 적는다. 맞춤법도 맞지 않고 글자 모양도 엉성하지만, 쓰는 이의 눈빛만큼은 사뭇 진지하다. 교사 김유미(29)씨는 “장애인에 대해 표면적으로 보는 것 이상의 것을 이해하고 배우게 됐다”며 그동안 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했다.

장애인 야학은 주로 취학 연령기를 넘긴 장애인들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비공식 교육기관으로 다양한 연령층의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고 있다. 기존의 일반학교 특수학급이나 특수학교에서는 취학연령의 청소년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취학 연령대가 지난 장애인은 별다른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전체 성년 장애인의 45.2%가 초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이라는 통계(전국 장애인 야학 협의회, 2006)가 이를 잘 드러내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애인 야학이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장애인 야학은 작년 3월을 기준으로 전국에 약 30개가 분포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야학들의 사정은 그리 넉넉하지 못하다. 실제로 노들 장애인 야학의 경우 작년 초, 93년도부터 사용하던 적립회관이라는 곳의 임대료를 지불하지 못해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천막강의를 하기도 했다. 다행히 시민들의 소중한 후원금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지원금으로 새 보금자리를 얻긴 했지만 아직도 불안한 상태다. 인천의 민들레 장애인 야학도 공간사용료 지불 문제로 두 차례 이전한 뒤 현재 한 상가에 정착하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야학에서 이뤄지는 교육이 많은 유형의 장애를 포괄하지 못한다는 한계점도 지적되고 있다. 5년째 노들 장애인 야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 이승연(36)씨는 “시각, 청각장애인들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없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야학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준상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각 장애 유형에 맞는 다양한 커리큘럼과 교육 방법이 필요하다”며 “지역 별로 적절한 수의 교육 기관이 확보되고 이에 맞는 지원이 이뤄져야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 교육 대상이 성인인 만큼 기초적인 지식 전달과 더불어 이들의 사회 및 경제활동에 대한 교육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헌법 제 3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있다. 하지만, 현 상태에서 장애인들이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확보했다고 보기에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장애인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고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보태져야 할 것이다.

   
▲ 작년 초 노들 장애인 야간학교는 임대료를 지불하지 못해, 마로니에 공원에서 천막 수업을 진행했다. 다행히도 현재는 수많은 이들의 후원으로 새로 보금자리를 마련한 상태다.

 

 

 

 

 

 

 

 

 

 

 

 

  

   
▲ 선생님의 도움으로 한 학생이 조심스럽게 애니메이션에 사용할 글을 쓰고 있다.

   
▲ 애니메이션 반이 수업중이다. 선생님의 한마디에 학생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 노들 장애인야학은 주변의 후원으로 새로 보금자리를 마련한 상태다.

   
▲ 박스에 그린 그림을 보고 좋아하는 학생의 모습.

   
▲ 민들레 장애인 야간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이 책에 얼굴을 파묻고 문제를 풀고 있다.

 

 

 

 

 

 

 

 

 

 

 

 

   
▲ 교사와 눈을 맞추자 쑥스러운 듯이 웃는다.

   
▲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빠져나오는 민들레 장애인 야간학교 학생들

힘들때 딱 한걸음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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