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또 한 번 우리에게 방학이 찾아오고 있다. 새내기들은 대학교에 입학해 첫 학기를 마치게 된다. 그간 우리 대학생들은 너무나도 바쁘게 살아왔다. 이래저래 돌아다니며 놀러 다니랴, 과제하랴, 학점관리 하랴, 아르바이트하랴 등등. 우리에겐 너무나도 친숙한 일상이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이러한 일상에 휘둘려 사는 동안, 2009년 우리 사회는 너무나도 급박하게 돌아갔다. 한나라당에서 추진한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 때문에 올해 초부터 국회가 시끌시끌했다. 용산에선 무분별한 재개발 때문에 거리로 사람들이 내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농성 중이던 사람들이 화마에 희생되었다. 광장은 폐쇄되었고, 전직 대통령은 살아있는 권력의 정치적 보복에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여기서 최근에 02학번 선배에게 들은 말을 소개하려고 한다. 그 선배가 말하길 ‘나는 올해로 후배를 7년째 받아본다. 그런데 요새 후배들을 보면 인간적으로는 좋지만, 대학생으로서는 한심하다는 말 밖에 나오질 않는다. 머리 빈 대학생들 같다’라고 했다.

  실제로 내 주변을 둘러보아도 그 선배의 말에 공감이 갈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입시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받아온 세대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학교에 와서 솔직히 일주일에 한 권이라도, 한 달에 한 권이라도 책을 읽었다고 말하는 동기나 후배는 그다지 많지가 않다. 대학교에서 와서 한 일이라고는 술 마시고 노는 일밖에 없다며 자괴감에 빠져있는 후배들도 적지 않다. 후배들에게 장난삼아 ‘체게바라가 누군지 아니?’라고 물어봤더니 대답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얼마 없었다. 나름 ‘정치대’라고 불리는 사회과학대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선배가 ‘머리 빈 대학생들’이라 표현한 이유는 평소 책도 제대로 읽지 않는 것도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제대로 고민 한 번, 생각 한 번 하지 않았기에 그러는 것이다. 돈 없는 사람들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고, 광장이 폐쇄되고 전직 대통령이 죽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단 말인가? 언제나 그렇듯 2009년에 대학생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은 과제에 찌들려, 술독에 빠져, 향응을 즐기며, 아르바이트에 얽매이는, 이러한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우리는 하다못해 바로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등록금 문제 하나 조차도 제대로 해결하고 있지 않다. 실제로 지난번 총학에서 주관한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청원운동 서명에서 숭실대 같은 경우 전체 재학생의 70~80% 정도가 서명한 반면, 우리는 일만 삼천 학우들 중 2000여명만이 서명하였다.

  ‘과제하느라 바빴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다’라는 등의 얘기는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아무리 우리가 대학생으로서 고단한 일상에 쪼들린다 하더라도 잠시만 관심을 가지면 알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잠깐만 시간을 내면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다. 토익·토플 공부 한 시간만 덜 했어도 그 일에 대해 공부할 수 있고, 고민할 수 있다. 우리 대학생들이 우리 사회의 현실을 외면하는 사이,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세상을 등졌다.

  2009년, 대학생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여전히 고단한 일이지만, 그러한 고단한 일상 속에 많은 책을 읽는 일과를 하나 추가하고 우리 사회에 대한, 이웃들에 대한 관심이라는 일과를 하나 추가하고 참여와 실천이라는 일과를 마지막으로 하나 추가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 대학생의 본분이 학점관리와 취업준비만은 아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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