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동국대, 제주대 등 일부 대학들에서는 비정규직의 고용 보장을 위해 계약형태를 ‘무기계약’(중규직)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적평가를 통해, 혹은 2년 이상 근무했을 때 등 전환 조건은 다양하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수정 노무사는 무기계약에 대해 “계속 새 일감을 찾아 떠도는 불안을 해소할 수 있어 기간제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고용안정의 효과가 있긴 하지만 다른 근로조건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궁극적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대학에서 점차 늘어만 가는 비정규직. 특히나 그중에서도 더 열악한 처지에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청소ㆍ시설관리 용역노동자와 관련된 문제들이 이따금씩 불거져 나오는 가운데, 과연 현 상황에 대한 해법은 없는 것인가.

지난해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평가 받은 성신여대 환경미화 노동자 복직과 연세대 청소용역직원 임금 체불문제 해결의 경우, 학내 구성원들이 뭉쳐 협력한 것이 가장 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앞선 사례들과 같이 학내 비정규직 직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우리 대학생들의 관심이 중요하다. 특히 연세대의 경우는 오랫동안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던 대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용역직원들과 만나 유대감을 형성하고, 지역 사회 시민단체들의 도움을 얻어낼 정도였다.

사실, 청년실업은 심화되고 자신이 취업을 잘해서 어떻게 살아남을지가 대학생들의 주된 관심사인 상황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강요할 수는 없다. 또한 전반적으로 많은 대학생들이 비정규노동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함과 동시에 피하고 싶은 것으로 여기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대학졸업자 80%가 비정규직으로 사회에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비정규직은 더 이상 남의 문제로 볼 수 없다.

우리대학과 가까운 세종대에는 2007년부터 ‘한 식구’라고 하는 비정규직과 함께 하는 학생모임이 조직돼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대학사회 내 같은 구성원으로서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관심을 갖고 유대감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나눈 이야기들과 그간의 활동상을 담은 <거기 있었다>라는 책자를 발간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혼자보다는 학생들끼리 함께 어울리며 학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해나가는 방법도 있다.

이수정 노무사는 학내 비정규직 직원들의 파업에 동참하거나 조직화를 지원하는 것만이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사소하지만 청소용역 노동자의 수고를 생각하며 강의실의 쓰레기를 줍는 것도 작은 관심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비정규직은 이제 더 이상 소수만의, 그리고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회의 법률 개정과 더불어 우리 대학생들을 선두로 하는 작은 실천들이 모일 때, 대학 내뿐만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움틀 수 있을 것이다.

힘들때 딱 한걸음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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