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꿈은 아니리 오랜 고통 다 한 후에...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5월 29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가 열린 시청 앞 무대.
시청 앞을 서서히 빠져 나가는 운구를 바라보면서 나는 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대학시절.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유명을 달리한 많은 이들을 눈물로 보내며 불렀던 노래,
숱한 거리에서 동료들과 새로운 내일을 꿈꾸며 목이 터져라 불렀던 노래. 그 노래들을 다시 부른다는 것이, 그것도 한 나라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에 부른다는 현실이 수많은 감회에 젖게 만들었다.

91년 나의 대학 새내기 시절은 푸른 잔디밭 보다 뿌연 체루연기가 더 기억에 남아 있다.
어느 날 집회에서 전경(백골단)의 구타로 한 대학생이 죽는 사건이 발생했고 뒤따라 10여명의 사람들이 그것에 항거하여 분신하거나 집회에서 또 다시 죽는 슬픈 현실이 계속됐다.
그 현실을 참지 못한 수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거리거리로 나왔다.
도시는 사람들의 바다를 이루었다. 내가 본 또 다른 바다였다.

그 바다를 나는 그 시절 이후에도 보았다.
2002년 두 명의 여중생이 미군의 궤도차에 무참히 짓이겨지고도 책임지는 이 하나 없을 때 일렁이던 그 바다
2003년 국민들의 투표로 선출한 한 나라의 대통령이 몇몇 사람들의 횡포에 힘을 잃었을 때 일렁였던 그 바다
그리고 작년 국민의 건강과 의견을 무시하고 독주하는 정부에 맞서 방방곡곡에서 타올랐던 그 바다...

이제 그 바다는 다시 볼 수가 없다. 힘을 잃은 듯 조용하다.
하지만 그의 겉만을 보고 그를 알 수 없다.

그 밑으로 수많은 물방울들이 낮게 흘러 다시 모이고
말없이 모든 것을 끌어안는 그는 다시 출렁일 날을 기다리고 있다.

광화문에서 바다를 생각한다.


이광석(부동산91)
건국대학교 민주동문회 ‘청년건대’ 수석부회장
노래패 우리나라 작곡가 겸 가수
대표곡 : 다시 광화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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