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학년도 교양교육과정 개편안이 각 학과로 송부되었다. 큰 원칙은 첫째 교양교육을 본부대학 교양학부가 담당하고, 둘째 교양과목을 기초교양, 핵심교양, 일반교양으로 구분한다는 것이다.

‘교양교육 주관 원칙’ 하나도 제시된 것 없어
먼저 교양교육을 교양학부가 주관한다고 했지만, 그 많은 교과목 담당강사를 어떻게 섭외하고 평가할 것인지 등에 대한 방안은 한마디도 없다. 결국 인맥과 친소 관계에 따라, 학과나 일부 교수에 위임하여 운영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강의실을 완전 점령한 ‘기초교양’
‘교양과목이 중요하다’고 해서, 거꾸로 오버해서는 안 된다. <글쓰기> <실용영어1> <실용영어2>라는 20명 단위의 필수과목 3과목이 강의실을 완전 점령한 셈이 되었다. <글쓰기>와 관련하여 두 가지 의문이 있다. 하나는 인문계, 사회계, 이공계에 따라 <글쓰기> 과목의 제목과 내용이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어떻게 <글쓰기> 과목이 오로지 국문학과 철학 전공자의 몫이어야 하는가?

<실용영어>의 개설은 학생들에 대한 서비스의 의미를 갖는 것이므로, 2학점 4시간으로 해서 1주에 2시간씩 나누어 한 학기만 개설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더욱 높은 차원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학점 없는 원어민강의를 시간대별(새벽, 오전, 오후)로 개설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합리적이지 못한 ‘핵심교양’ 분류
개편안에서는 6개 영역으로 핵심교양을 분류하였다. 그런데 영역별 과목수가 3과목에서 9과목까지 배치되어 있어 균형이 맞지 않는다.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지만, ‘인문영역’에서 <세계사>와 <인류문화사>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윤리학>은 철학의 한 분야인데, 어떻게 핵심교양에 들어가야 하는지 의문이다. ‘사회과학영역’은 아예 모든 사회과학 분야를 하나씩 나열해 넣은 꼴이 되었다. ‘자연과학영역’에 왜 <심리학입문>이 들어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문화예술영역’은 여러 과목을 합쳐 <영화와 공연예술의 이해>로 만들었는데, 과연 누가 강의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기술융합영역’은 3과목만 개설함으로써, 필수과목에 준하게 만들어 놓았다. 

균형 잡히지 못한 ‘일반교양’ 재편
일반교양과목의 재편방향이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역사관련 4개 과목은 모두 핵심교양 <한국사>로 통합되었다. 그런데 무수한 철학과의 일반교양과목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우리 모두 ‘삶의 철학’을 갖는 것이 중요하지만, 의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개편안에 따르면, 철학과는 ‘기초교양’의 필수인 <글쓰기>의 1/2을 맡고, ‘핵심교양’의 <심리학입문>을 포함할 경우, 인문과학영역에서 3/9을 담당하며, 일반교양에서 인문과학영역의 6/18을 담당하는 셈이 된다. 반면 신설 예정인 ‘문화콘텐츠학과’는 두 차례에 걸쳐 교양과목을 신청한 바 있으나, 단 한 과목도 배정되지 않았다. 이 극단적인 대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새로운 개편안
핵심교양은 원칙적으로 e-learning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핵심교양은 필수에 해당하므로 강의실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며, 강의실간 이동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기본적으로 e-learning 확대라는 시대적 추세에 부응하는 운영이 요구된다.

그리고 일반교양의 개설은 좀 더 자유로워야 한다. 전체 학생 수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일반교양의 수강생은 항상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강의실과 강사를 미리 배정하지 않고 수강신청을 받은 다음, 수강인원 부족으로 인한 폐강과목을 제외하고, 나머지 과목에 대해 강의실과 강사를 배정하면 될 것이다. 현 개편안은 깊은 성찰이 없이 자의적으로 일반교양과목을 조정함으로써, 적지 않은 무리를 범한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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