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건대신문 문화상 사진부문 심사평

작품들을 찬찬히 음미해보고 나서

곽윤섭(한겨레 사진전문기자)

여러 응모작들 중에 한 작품을 골라낸다는 것은 결국 가장 흠결이 적은 것을 택하는 작업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총 8개의 작품들을 5번 이상씩 찬찬히 음미해봤다. 결론적으로 ‘공감, 유학생’을 선택하면서 마음이 후련해졌다.

당선작을 평하기에 앞서 주목을 끌었던 몇 작품을 먼저 언급한다. ‘동물의 왕국, 대공원’은 기초실력이 탄탄한 사람의 사진이다. 사슬에 매인 코끼리 다리를 클로즈업한 사진과 벽화 속 호랑이에 비해 왜소해 보이는 실제 호랑이를 담은 사진은 재치 있는 앵글이었다. 코끼리의 경우 대단히 압축적인 프레임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설적으로 전달했고 호랑이의 경우 걷는 자세를 유사하게 포착하려 애쓴 흔적이 보여 흐뭇했다. 두 사진은 극단적인 클로즈업과 볼 것을 다 보여주려는 전경으로 서로 대비된다. 사진에선 두 가지 방법이 모두 필요하다. 그러나 어느 경우라도 가려서 써야 한다. 클로즈업은 힘이 넘치지만 묘사와 설명이 부족하고 전경은 산만하고 느슨하게 보일 약점이 있다. 호랑이 사진에서 전체를 보여주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좌우로 불필요한 공간까지 포함해서 힘이 빠지는 것이 아쉬웠다. 두 사진에 비해 사자는 맥을 잡지 못했다. 사자의 표정이 통 보이질 않는다. 더 기다려서 이쪽을 향한 채 고개를 숙인 장면이나 늘어져서 잠을 자는 상황이라도 찍었어야 했다.

응모작 ‘자유’는 프로사진가의 시선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좋았다. 하지만 석장의 메시지가 일맥상통하지 못했다. 다른 두 장이 갇혀있는 동물들의 답답함을 보여주는데 비해 표범은 편하게 쉬는 장면처럼 보인다. 일관된 의도 전달이 필요했다.

‘미소’는 편안하게 잘 찍은 사진이다. 인물사진이 가장 흔하지만 잘 찍은 인물은 의외로 드문 것인데 ‘미소’는 카메라와 빛을 잘 다룬다는 것이 강점이다. 한 장으로 그치지 말고 같은 솜씨로 3~4장의 다른 인물사진을 보여줬다면 좋았겠다.

당선작 ‘공감, 유학생’ 차례다. 중국인 유학생 이페연 군과 프랑스에서 온 아망딘 양의 유학생활을 묘사한 연작사진이다. 제법 스토리텔링까지 근접했기 때문에 반가웠다. 일단 소재선택에서 한 발 앞서나갔다. 각 대학교마다 외국인 학생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세태를 잘 반영했다. 이페연 군의 경우 아망딘 양과 달리 단독의 인물 컷이 없었던 것은 의아스러웠고 아망딘 양은 인물이 겹치는 것이 못마땅했다. 하지만 사진1에서 셔터속도를 능숙하게 처리한 점, 네 번째 사진에서 배경으로 음식점 내부가 살짝 보이게 한 점 등은 노력을 많이 했음을 보여주고 있는 증거다. 하지만 7,8,9 석 장의 사진 속에 ‘네 명의 기념사진’이 계속 등장하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망설였다. 물론 석 장 속에서 서로 다르게 기능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컷이 계속 반복되게 하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어쩔 수 없이 반복된다하더라도 최소한 4-9에선 기념사진을 한쪽 구석으로 몰아놓고 찍는 배려라도 해야 함을 명심해주었으면 한다.

평을 써놓고 보니 당선작치곤 결격사유가 많아 보인다. 하지만 다른 사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낫다는 뜻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 한 장의 사진에 정성을 기울였고 여러 장을 유기적으로 엮었다는 점은 다른 응모작들에 비해 높이 평가할 대목이다.

모든 응모자들의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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