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집시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집시법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준말이다. 이 집시법은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 권리의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 사이의 적절한 조화를 목적으로 하는 법률이다. 독자 여러분들은 ‘뜬금없이 웬 집시법 이야기냐’고 하실 수도 있겠다. 그러나 천안함 침몰 사고와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 MBC노조 파업 등 각종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이 시국에 ‘누군가’가 이 집시법을 건드리려하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지난 6일 여당 측은 “집시법 개정안을 4월내에 국회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여당이 제시한 개정안의 주 내용은, 바로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야간 옥외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9월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현재 집시법의 10조 조항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바 있다.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이 내려진 현 조항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하는 여당의 저의는 무엇인가.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는 일반적인 노동자의 퇴근 이후 시간에 해당된다. 현행법에서는 질서유지인을 둔다면 그나마 야간집회가 허용될 수 있지만, 여당이 제시한 개정안대로 바뀐다면 사실상 이 시간대의 집회ㆍ시위 금지는 원천 봉쇄된다. 오히려 이전 조항보다 더 나쁜, 시대에 역행하는 개정안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국내의 각종 이슈들로 국민의 관심이 분산된 틈을 타 제도적 장치로 정부 및 여당에 반대하는 이들의 집회를 아예 금지해버릴 의도인 것이다.

집시법에 대한 지난해 9월의 헌법 불합치 판결 이후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당이 제시한 개정안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1962년 박정희 정권이 정국을 통제하기 위해 제정하였고 민주화 이후 수차례 개정된 집시법이지만 아직도 집회를 무조건 ‘금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으며, 여당의 개정안 역시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2008년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거치며 집회문화에 대한 성찰과 시민의식의 성숙이 이루어졌지만 법률은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실제 법률이 적용되는 우리나라의 집회ㆍ시위의 현실을 고려한 개정이 필요하다.

이전 조항보다도 못한 개정안답지 않은 개정안. 여당이여, 은근슬쩍 시류에 묻어가 대충 손보려 하지 마시라. 집시법을 제대로 개정하지 않을 바엔 손대지 않느니만 못하다.

힘들때 딱 한걸음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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