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 아침, 건국대학교의 한 강의실에서는 한편의 연극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강의실이라고 불리는 작은 극장에, 80여개의 객석이 있고, 아침 9시 공연에 맞춰 밝고 부지런한 젊은 관객들이 한편의 연극을 기다리고 있죠. 교수 역할의 배우가 드디어 문을 열고 극장에 들어서면서 연극이 시작됩니다. 총 16부작으로 구성된 이 연극의 제목은 <공연예술의 이해>라고 해요.

강단이라는 무대, 칠판과 분필이라는 소품, 컴퓨터와 스크린이라는 무대장치, 형광등으로 이루어진 조명, 창밖의 새소리와 지나가는 학생들의 소리는 음향, 정장과 넥타이는 배우의 의상,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의 말은 대사가 되겠죠?
그러면, 이 순간만 연극이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누군가를 사랑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며 연극이 진행되죠.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이 생깁니다. 처음 느꼈던 그 설레임과 뜨거웠던 심장이 점점 식기 시작해요. 그러면서 위기가 찾아옵니다. 그리고 때로는 비극으로 때로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죠.

고등학교 때 오로지 대학이라는 곳 하나만 목표로 땀 흘려 공부를 합니다. 그리고 재수, 혹은 삼수 끝에 어렵게 겨우겨우 대학이라는 곳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나도 다른 현실이라는 사건이 생겨요.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자퇴를 해야 하나, 전과를 해야 하나, 과연 나는 왜 이곳에 서 있는가...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또 다른 일이 벌어집니다. 이미 한편의 연극이 끝나고, 또 다른 연극이 시작되는 것이죠.

지금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모든 사건과 생각들, 그리고 지금 만나고 헤어지는 모든 이들과의 일들이, 저는 한편의 연극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항상 새로운 연극을 할 때마다 해피엔딩을 꿈꾸고 간절히 바라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항상 비극의 주인공으로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 들죠. 왜 나만? 다른 이들은 다들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행복해 보이는데, 왜 나만 이럴까? 저만 이렇게 생각하는 걸까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많은 사람들이 연극을 비롯한 공연이라는 것, 그리고 삶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어렵다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그 자체가 어렵다기 보다는 어쩌면 우리가 많이 경험해보지 못한 낯설음이 우리들을 더 두렵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걱정하지도 어려워할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한 가지는 확실하니까요!
며칠 전 건국대학교 의상디자인과의 졸업작품 패션쇼가 있었어요. 그것을 보면서, 그 학생들에게 실례가 되는 얘기일지는 모르겠지만, 눈에 보이는 그 의상 하나하나 보다도, 이 한 시간을 위해 1년간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그들의 노력과 열정, 그리고 눈물과 한숨소리가 제 눈에는 더 많이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보는 내내 가슴이 너무나도 찡한데, 그러면서도 저는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패션쇼의 제목이 ‘청춘’이거든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우리만의 무기가 있습니다. ‘청춘’이라는 핵폭탄보다도 강하고 훨씬 더 무시무시한 아주 훌륭한 무기죠.
그냥 부딪혀보는 거예요. 돌에 걸려 넘어지고, 움푹 파인 구덩이에도 떨어져보고, 미친 듯이 웃어도 보고 눈물샘이 마를 때까지 울어도 보고...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어른이 되어있지 않을까요?

저는, 한편의 연극이 끝날 때마다 항상 후회와 아쉬움이 남습니다. 극장에서의 공연도 마찬가지고, 학교에서의 수업이라는 연극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수백편의 연극 중 이제 겨우 한편이 끝난 것이다. 까짓것 훌훌 털고 다음 공연은 정말 더 열심히, 멋지게 해내야지!

멋진 건국대학교 학생여러분, 이제 겨우 한편이 끝난 것뿐이에요. 23세기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 남아있는 수백편의 연극들, 힘껏 한번 해 봅시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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