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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과 기업가형 대학
조명환(이과대·생명과학) 교수 | 승인 2010.09.16 18:05
1997년 여름 어느 날, 스탠퍼드 대학 교정에서 아는 교수가 짐을 싸고 가는 것을 보았다. 어디 가냐고 했더니 학교 근처에 창업한 회사에 짐을 옮기고 있다고 했다. 얼마 후 또 다른 교수를 만났다. 어디 가냐고 했더니 창업한 회사가 망해서 짐을 정리하고 학교로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다. 나는 실리콘 벨리 중심에 서있었다.

한국에 돌아와 사업계획서를 손에 들고 벤처기업을 창업하기 위하여 투자가들을 쫓아다녔다. 사업 경험이 없는 교수에게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차가운 현실 속에 사업계획서 안에 있는 신기술은 공원 벤치에서 달 빛 아래 축 처진 어깨 아래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전문경영인 서정진 회장의 마술 같은 손에서 몇 쪽 안 되는 사업계획서는 자산규모 2조3천억의 국내최대 규모의 생명공학회사 ‘셀트리온’이 탄생하게 된다. 실험실에서 탄생한 기술이 상업화에 성공하여 돈으로 전환되는 처절한 기쁨의 터널 끝을 지나보았다.

지식과 기술이 경제의 핵심이라는 스탠퍼드 대학 경제학자 폴 로머의 이론은 지식기반 신성장 이론의 기초가 되면서, 신지식을 창출하는 대학이 경제 성장의 새로운 중심이 되고 있다. 대학은 진화하고 있다. ‘교육’이 대학의 유일한 기능이었던 것이,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연구 기능이 가미된 ‘연구중심 대학’이 등장하는 첫 번째 대학 혁명이 일어난다. 그 후 지식의 산업화 기회가 증가하면서 대학이 기업과 가까워진다. 그러면서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 대학의 기능에 포함되는 두 번째 대학 혁명이 일어난다. 즉 ‘교육+ 연구+지식의 산업화’ 기능을 가진 ‘기업가형 대학’(Entrepreneurial University)이 등장하게 되었다. 미국의 스탠퍼드, 하버드, MIT 대학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기업가형 대학은 국가 경제 혁신 시스템에서 지식 창출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지식기반 경제(Knowledge-based economy) 사회에서 나타난 결과물이다. 상아탑과 기업이 캠퍼스에 공존하며 지식의 사용자와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기업과 사회가 봉착한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제 더 이상 대학은 사회와 분리된 상아탑이 아니다.

이렇게 지식기반 경제에서 대학, 기업, 정부가 독립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유기적인 상호 의존적인 관계로 존재한다는 것이 ‘삼중나선 모델 (Triple Helix Model)'이다. 대학에서 생산되는 지식이 기업으로 이전되면서 산업체는 더 이상 대학과 분리된 전혀 다른 주체가 아니다. 정부는 규제와 감독의 기능보다는 지식의 생산, 사용, 확산을 돕는 주체로 변한다. 기업과 국가가 원하는 신지식 창출과 지식의 산업화 능력을 보유한 기업가형 대학이 지식기반 경제의 새로운 중심이 되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조명환(이과대·생명과학) 교수  kkpress@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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