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학점 인플레가 사회적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이 문제는 이번 정기국회의 국정감사 과정에서 또다시 불거져 대부분의 언론에서 크고 작은 이슈로 다루어졌다. 문제는 우리 대학이 서울시내 대학 중 학점 인플레가 심한 대학으로 거론됐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이 서울 소재 대학 14곳의 ‘2009년 졸업생 졸업학점’을 해당 대학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졸업생 중 A학점 비율이 동국대(57.5%0, 이화여대(56.8%)에 이어 우리대학(53.3%)이 3번째로 나타났다. 우리대학은 A학점 비율은 서울대, 숙명여대와 같았다.

대학의 학점은 갈수록 후해져 이제 학생들 간의 학력 차이와 학업수행의 충실도에 대한 변별력을 상실할 지경에 이르렀다. A학점 비율이 전체 학생의 50%를 초과한 반면 C학점 비율은 10%를 간신히 넘는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대학을 비롯한 여러 대학들이 학점 인플레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상대평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A학점이 전체의 35%를 넘지 않도록 하고 A와 B가 전체의 70%를 넘지 않도록 제한을 가하는 제도이다. 이런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도 졸업생의 A학점 비율이 50%를 넘어서는 것은 재수강 제도를 통해 C학점을 A학점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학의 학점 인플레가 문제가 되는 것은 대학교육의 질적 하락과 대학의 학사관리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수강생의 절반 이상이 A학점을 받는다면 학생들의 공부에 대한 열정과 자세는 상대적으로 해이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부 대학원에서 일어나는 일이긴 하지만 수강생 전원에게 A플러스를 주는 교강사도 있다. 이런 교강사를 학생들은 그들의 은어로 ‘A학점 폭격기’라고 부르며 수강신청의 최우선 선호대상으로 꼽는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만연하는 한 엄격한 학사관리를 하면서 매주 과제를 내고 공부를 제대로 시키려는 교강사의 수업은 외면당하기 마련이다. 바로 학점 인플레가 대학 교육의 질적 하락을 가져오는 메커니즘인 것이다.

물론 학점을 후하게 주는 교수들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취업난에 학점이라도 좋게 받아야 취업에 다소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제자들의 호소를 외면할 수 없기도 할 것이다. 또 학점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교수의 수업은 학생들이 외면할뿐더러 교수평가에도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요인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학점 인플레의 희생자는 결국 학생들과 대학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학점이 좋아도 사회와 기업이 해당 대학의 학점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을뿐더러 학점 인플레는 실력 없는 졸업생을 양산하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제자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혹독하게 공부를 시켜 실력 있는 졸업생으로 길러내는 쪽을 택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학교당국은 재수강 학점은 B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것 등을 포함해서 학사관리를 보다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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